사우디 여성들 뿔났다…여성 속옷가게에 여점원 채용하라
2009-03-26 유세진
사우디 여성들은 지난 24일부터 여성 점원을 고용하지 않는 속옷가게는 이용하지 않기로 하는 보이코트 운동에 들어갔다.
이 같은 사우디 여성들의 분노는 여성의 은밀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 브래지어나 란제리 등을 다루는 속옷가게가 여성 점원을 고용하지 않고 남자 직원들만 채용해 남녀유별이 심한 사우디에서 자신의 신체부위에 대한 이야기를 낯선 남성과 나누어야 하는데 심한 수치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지난해 결혼한 후다 바테르지 역시 결혼을 앞두고 속옷을 사러간 가게에서 남자 직원과 자신의 신체 사이즈 등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심한 수치감을 느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여자 점원을 채용하고 있는 속옷가게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바테르지는 결국 사우디에서 속옷을 사는 것을 포기하고 속옷들을 사기 위해 이웃 두바이로 가야만 했다.
이처럼 여성 전용 속옷가게에서도 남성 점원들만 채용할 수 있는 것은 사우디의 엄격한 남녀 분리법 때문이다. 사우디는 여성들이 남성 고객들을 상대로 물건을 파는 것을 금지하기 위해 모든 판매 점원에 여성을 채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브래지어나 란제리 등 여성 속옷을 다루는 가게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고객들이 모두 여성뿐이지만 이들은 낯선 남자 직원과 자기 신체 사이즈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야만 하며 때로는 남자 점원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도 한다. 고객과 점원, 때로는 여성 고객과 동행한 남성 동반자들까지 모두 불편할 수밖에 없다.
기업을 운영하는 헤바 알-아키는 "속옷을 사러 가면 이것저것을 고른 뒤 제대로 입어보지도 못하고 서둘러 가게를 빠져나와야 한다. 마치 불법 제품을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불편한 것은 여성 속옷가게에 근무하는 남자 점원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여성 속옷가게에서 일한다고 어디에 말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들 역시 여성 점원 채용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사우디 여성들은 보이코트 운동은 홍해의 휴양지 제다에서 약 50명의 여성들이 여성 속옷가게에는 여성 점원만을 채용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효시키자는 목표 아래 시작됐다. 실제로 이러한 내용의 법안은 지난 2006년 마련됐지만 보수 강경파들의 반대로 아직도 발효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사우디 여성들의 캠페인이 성공을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그러나 24일 첫 캠페인이 시작된지 하루만에 1700명에 달하는 여성들이 온라인을 통해 이 같은 캠페인을 지지한다고 서명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