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서 수수료 제각각③-"복지부 권고 솜방망이"

2009-03-23     조정훈
【서울=뉴시스헬스】조정훈 기자 = 현행 징수되고 있는 각종 진단서 수수료를 둘러싼 관계 당국, 일선 병원 및 협회, 시민 등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시민들 "돈벌이 수단 아니냐" 빈축

김동식(35ㆍ서울시 노원구)씨는 "어떤 병원에선 서비스 차원에서 무료로 해주고 있다"면서 "반면 대형병원들이 수만 원 이상의 발급비용을 책정, 징수하는 것은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에 대해 모 대형병원 관계자는 "현행 진단서 수수료는 경쟁 병원의 징수액을 고려해 발급비용을 산정한 후 관할 보건소에 신고해 받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일부 개인병원들은 발급 민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무료가 가능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시민 등 민원과 관련해 서울지역 모 보건소 관계자는 "시민 불평에 대한 사항을 몰랐다. 대게 1~2만원 사이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대한의사협회의 자율 규정으로 각 병원마다 발급 수수료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모 지역 의사협회 관계자는 "병원의 각종 발급수수료는 법정 비급여로 각 병원마다 차이가 나는 게 현실이다"면서 "이를 지역별로 동일하게 부과하는 것은 공정위에서 담합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이 같은 시민 불만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지도·감독기관인 보건소는 '눈 가리고 아옹', 일선 병의원은 '부르는 게 값' 병원협회는 '제 식구 껴안기' 분위기가 대두되면서 시민 불만 개선 노력은 뒷전으로 물러나 있다.

◇복지부 "지난 95년 1만원 권고했다"

복지부는 지난 1995년 각 병원협회와 일선 병원 등에 공문(의정-65517)을 보내 진단서(의사 소견서)수수료를 1만원으로 징수할 것을 권고한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

하지만 이 같은 지침은 해당 병의원에 보내진 단순 권고사항일 뿐 강제 규정과는 거리가 멀다.

현행 병원의 각종 발급수수료는 법정 비급여로 분류돼 각 병원이 일선 병원의 수수료를 고려해 발급비용을 산정, 관할 보건소에 신고하는 시스템이 전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선 병원 등에서 자진 책정해 신고한 징수액에 대해 관할 보건소는 바로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징수액 부과에 따른 세부적 심사는커녕 수수료 책정 표준 지침은 고사하고 당국의 관리 감독 시스템 가동 조차 무의미한 것이다.

한편 보건소의 경우 해당 지자체 의회 조례로 정해져 전국이 5000원으로 동결하고 있다.

◇"보건소들 징수액 파악 및 정리라도 좀…"

병의원의 제각각 수수료로 시민 불만이 가중되지만 병의원의 지도·감독기관인 해당 보건소는 현황파악 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1일 종로, 영등포, 강서, 성북 등 서울시내 다수 보건소에 '관할 병원 수수료 현황 정보공개'를 요청했으나 종로와 영등포 등 일부를 제외하곤 내용파악 자체가 어려웠다.

이들 보건소는 공통적으로 관할 병의원에서 신고한 제출 서류만 단순 보관하고 있을 뿐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세부 자료 관리는 하지 않고 있었다.

다시 말해 진단서 수수료에 대한 시민 공개는 고사하고 각 병의원이 부과하는 징수액에 대한 전화 문의 조차 기대하기 창피한 수준인 것이다.

서울시 A보건소 관계자는 "일선 병의원이 책정한 진단서의 종류만도 너무 많다"며 "사실상 자료 취합은 어려운 실정이며 일일이 확인을 해야만 한다"고 해명했다.

현재 유관 기관인 관할 도ㆍ시ㆍ구청은 물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역시 해당 업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관련 자료 확보를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각 병의원별 해당 진료 과목에 대한 진단서 수수료 현황 등 관련 자료 데이터 구축 노력이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또 현행 병의원이 받고 있는 각종 수수료에 대한 시민 공개는 물론 당국의 관리 하에 현실적 징수액 부과를 위한 '선 기준 마련 후 징수액 부과' 정책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