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자원봉사 늘어..비영리기관 즐거운 고민’ NY타임스
2009-03-17 노창현특파원
뉴욕타임스는 16일(현지시간) 경기침체에도 자원봉사를 중시하는 미국인들의 미덕을 보도하면서 ‘재정의 어려움을 겪는 일부 소규모 재단들은 너무 많은 봉사활동 희망자들로 곤란을 겪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리사 트레이나(50)는 지난해 11월까지 맨해튼의 빌딩 꼭대기 호화로운 별실에서 열리는 특별한 파티를 대행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지금 그녀는 10시간씩 교대로 홈리스들에게 음식과 셸터를 제공하는 일을 돕고 있다.
그녀는 “하루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일하고 다음날은 길거리에서 따뜻한 한끼 식사를 어디서 할 수 있는지 알려주고 있다”라며 웃는다. 타임스는 그녀처럼 최근 급증한 신규실업자들 가운데 남는 시간을 이용해 뭔가 뜻있는 일을 해보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의 봉사활동 관련 사이트(www.volunteernyc.org)는 지난달 전년 동기간에 비해 방문자 수가 30%나 증가했다. ‘뉴욕 케어즈’와 같은 봉사기관은 홀푸드마켓에서 자원봉사를 희망하는 이들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을 추가했다.
또 ‘빅브라더즈 빅시스터즈’도 상담봉사를 희망하는 이들이 지난해에 비해 25% 증가했고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탭루트 재단은 자원봉사 신청을 지난해보다 조기 마감했다. 뉴욕케어즈는 지난달 자원봉사자 수가 두배로 늘었고 이중 3분의1이 무직자로 나타났다.
임종을 앞둔 이들을 돕는 ‘콘티늄 호스피스 케어’는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대기자명단도 운영하고 있다. 앨리슨 매이근 회장대행은 “자원봉사 희망자들중 많은 이들이 당장은 무보수로 일하지만 장차 보수를 받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비영리재단을 운영하는 많은 이들은 금융가직원들과 광고카피라이터, 마케팅매니저, 회계원 등 전문직 종사자들의 자원봉사 신청이 크게 늘어났다. 덕분에 무료재정상담을 해주는 ‘파이낸셜 클리닉’같은 기관은 최근 맨해튼 차이나타운에서 세금환급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해 MIT를 졸업한 전직 월가 금융인을 지원할 수 있었다.
비영리기관 ‘러닝 리더스’에서 일하는 엘리자베스 미첼은 “어떤 이의 쓰레기가 또다른 이의 보석이 될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로 이들의 봉사활동을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자원봉사열기(Volunteerism)’가 오바마 대통령이 전국적인 공공서비스를 강조하면서 생겨난 부대효과로 불평하는 이들도 있다. 특히 20명 이하의 직원들로 운영되는 소규모 재단들은 기금과 정부지원이 줄어든 상황에서 늘어난 자원봉사 희망자들을 감당하기에 힘겨워하고 있다.
익명의 한 비영리기관 책임자는 “모두가 오바마 대통령 때문에 늘어난 사람들이다. 전화좀 그만 했으면 좋겠다”고 엉뚱한 불평을 했다.
탭루트 재단을 운영하는 린제이 파이어스톤은 “마치 그리스의 비극과도 같다. 자원봉사를 희망하는 이들은 많지만 충분한 재원이 없어서 이들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이 비영리기관 ‘유나이티드 웨이’의 버티나 세카렐리 수석부회장은 “슬프지만 사실이다. 아이로니컬한 것은 자원봉사활동을 희망하는 이들을 돌려보내는 것보다 그들을 위한 일거리를 찾아주는게 가끔은 더 힘들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밀포드호텔에서 일하다 지난달 레이오프된 에밀리 지메네스(29)는 “내가 필요하다면 주5회 자원봉사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리만 브라더스에서 해고된 지니 두(29)는 초등학교와 차이나타운의 재무워크숍 등 거의 매일 다양한 곳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그녀는 “직장이 있었을 때는 매일 아침 7시에 일했지만 지금은 오전 10시쯤 일을 시작한다”면서 “가끔은 ‘이게 진짜 내 일이야, 정말 좋잖아’ 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가난한 환자들에게 음식 봉사를 하는 ‘갓스 러브 위 딜리버’의 에리카 테이시는 지난해 9월 이곳에 합류할 때 일주일에 두시간 자원봉사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녀는 “처음 그 제안을 받고 웃으며 그 숫자에 0을 하나 더 붙여도 좋다고 말했다”고 돌이켰다.
그녀는 자원봉사를 하면서 배운 것이 많았던 모양이다. “처음엔 나를 해고한 회사가 미웠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면서 이렇게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직업을 구하려고 애 쓰는 것보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