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백현경, 풍경 속 클래식 연주

KTV 클래식 영상미학

2017-05-29     박길홍 주필
바이올리니스트 백현경

[뉴스인] 박길홍 주필 = 현대 문화의 특성을 잘 반영한 화두는 크로스오버(Crossover)다. 이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이상의 분야나 장르가 혼합한 형태다. 크로스오버가 포함하는 ‘융합’과 ‘복합’은 현대문화의 거의 모든 부문에 적용되고 있다.

음악계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서구 음악의 전통에 아프리카인의 정서가 결합된 재즈가 세계적인 애호품이 되었듯 국내에서도 크로스오버, 퓨전, 하이브리드 장르가 자연스러워졌다. 클래식도 체감 문턱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클래식 음악회 역시 듣는 즐거움에 보는 재미까지 더한 공연으로 진화하고 있다. 영상을 이용해 관객들에게 음악과 함께 시각적인 이미지 형상을 동시에 선물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으며, 음악은 탄탄한 스토리를 지닌다.

진화하고 있는 클래식 음악회를 TV로 옮겨보면 어떨까? ‘풍경과 클래식 연주를 결합한 뮤직비디오’ 실험적인 프로그램 제안에 백현경 바이올리니스트가 참여했다. 지금까지 총 세 편의 파일럿이 만들어졌다.

‘클래식 영상미학’의 특징은 그동안 음악전문방송 외 대부분의 방송에서 배경음악에 머물렀던 클래식이 전면에 드러난다는 점이다. 악기를 다루는 연주자도 화면에 등장한다. 1차 촬영 영상의 느낌을 살려 음악을 제작하고, 음악 작업 후 연주자와 함께하는 2차 촬영을 통해 부족한 점을 보완한다. 영상과 음악이 절묘하게 어울릴 수 있는 이유다.      

KTV 클래식 영상미학

벚꽃명소 경남 하동을 소개한 1편 ‘하동의 봄’에서는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을 서정적이고 따뜻하게 편곡했다. 도입부의 바이올린 tremolo(트레몰로)는 따뜻한 봄바람을, 전주의 피치카토 반주는 경쾌한 벚꽃 길에서의 발걸음을 표현하며 흐드러지게 아름다운 하동의 봄 느낌을 완성했다. 

1억4000만 년 전의 신비로운 생태계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경남 창녕 우포늪을 소개한 2편 ‘어머니의 품, 우포늪’에서는 동학농민운동의 지도자 전봉준 장군을 기리는 구전민요 ‘새야새야’에 바이올린의 애절한 선율 변주와 긴장감 넘치는 피아노 화음, 멀리서 들리는 대금 소리를 더해 어머니의 품이 주는 포근함과 희생정신을 극대화시켰다.

조선 최고의 민간정원 소쇄원을 소개한 3편 ‘맑고 깨끗한 뜰 소쇄원’은 정원의 아름다움을 부각하기 위해 가야금을 뜯는 듯한 바이올린 pizzicato(피치카토) 기법으로 한국적인 음색을 만들어 냈다. 한복을 입고 바이올린을 켜는 연주자의 모습은 한 폭의 동양화를 떠오르게 한다.

KTV 클래식 영상미학

신윤호 PD는 “자칫 어색해보일 수 있는 풍경과 음악의 조화에 많은 신경을 쓰고 시청자들의 기억에 두 가지 모두를 각인하기 위해 다양하고 고집스럽게 촬영하고 편집하고 있다”고 전한다.

백현경 바이올리니스트 역시 “과거에 촬영된 영상이나 장소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어렵고 지루한 클래식이라는 편견을 뛰어넘는 대중적이며 한국적인 차별성을 고민한다. 영상에 연주자가 직접 등장하며 느낄 수 있는 현장감과 생동감에 예술적으로 음악적으로 많은 자극을 받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클래식 영상미학’은 KTV 국민리포트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되고 있으며 KTV 홈페이지 방송 다시보기를 통해서 만나볼 수 있다. 유튜브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1편 ‘하동의 봄’은 이미 조회 수 2000클릭을 넘겼다. 

한편 아직은 파일럿 형태로 제작되고 있지만 앞으로 바이올린 외 다양한 악기 연주자들의 출연과 협연도 준비하고 있다. 아름다운 영상미와 클래식의 대중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