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입원하면 대가 지급"…'정신병원' 불법 환자 유치
일부 병원, 노숙자 유인해 환자수 늘려 보험금 청구
[뉴스인] 김다운 기자 =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생활이 어려운 노숙인들을 유인해 입원시킨 정신병원들이 적발돼 논란이다.
지난 2일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성호)는 주거가 불안정하거나 궁핍한 노숙인들을 유인해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고, 이들에 대한 음주나 노동을 방임하는 등 보호와 관리에 소홀한 6개 정신의료기관에 대해 관행 개선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해 노숙인 인권보호 단체의 제보와 관련 진정 사건을 바탕으로 노숙인의 정신병원 입원 유인, 치료소홀, 부당한 입‧퇴원 관리 등을 확인하기 위해 경상북도, 경상남도, 충청남도 소재 정신의료기관 6곳에 대해 방문조사를 실시했다.
경상남도 소재의 A정신병원은 입원 환자 중 40% 이상이 노숙을 하다 입원했거나 노숙 또는 주거불안정 상태에서 동료 등의 소개로 입원한 환자들이었다. A병원은 이들에게 병원까지 오는 교통비와 간식 등을 지원하고, 직접 서울 또는 인근 대도시 역 주변까지 가서 적극적으로 입원을 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A병원은 환자들의 입원을 유지하기 위해 본인부담금을 청구하지 않는 등 부당한 보상을 제공했다. 이후 환자들에게 처방‧시행된 적 없는 치료요법을 거짓으로 기재해 의료급여를 청구했다.
경상북도 소재의 B정신병원 역시 입원 환자의 약 30%가 노숙을 하다 입원한 환자들이다. 심지어 일부 환자들은 해당 병원이 정신의료기관임을 몰랐으며, 알고 있더라도 요양이나 휴식공간 마련을 목적으로 입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의입원 환자들의 말에 따르면, B병원은 환자의 외출을 통제하지 않고 무료로 병원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다수 환자들이 입원 후 자유롭게 외출해 일용직 노무나 음주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들 중 대부분은 알코올의존증 진단을 받았으며, 일부는 정신분열병 진단을 받은 경우도 있었지만 병원은 이에 대해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환자들은 자신이 정신과 질환이 아닌 당뇨나 관절염 등으로 입원해 있다고 아는 경우가 많았으며, 복용하고 있는 약의 종류도 모르고 있었다.
B병원 환자들 역시 원내에서 진행하는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지만, 의료기록에는 월 7~10회 꾸준히 집단 또는 오락요법을 처방받아 참여한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환자에게 대가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입원을 권유하는 등의 환자 유인행위는 의료법 위반 행위에 속한다. 또한 퇴원이 가능한 상태임에도 입원을 유지시키는 것은 '정신보건법' 위반 사항이며 환자에게 진단 결과나 처방 내용 등에 대해 제대로 알리지 않는 것 또한 환자 인권침해로 처벌받을 수 있다.
한 정신병원에서는 환자들의 본인 부담금을 면제받기 위해 거주지를 병원으로 옮겨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을 부여한 사례도 적발됐다.
정신병원은 기초생활수급자가 입원 시 본인 부담금 없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입원치료비를 지급받을 수 있다. 건강보험환자의 경우에도 공단으로부터 부담금을 지급받을 수 있어 입원환자가 많을수록 병원에게 유리하다. 때문에 병원 측에서는 입원이 필요한 정도의 정신질환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입원하도록 유인해 보험금을 청구한 것이다.
3일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는 "정신병원들이 치료목적이 아닌 경영상의 이득을 취하려는 목적으로 환자를 받는 경우가 있어 방문조사를 실시했다"며 "특히 노숙자들 중에는 알코올질환을 겪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알코올환자를 취급하는 많은 병원들이 이러한 불법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는 일종의 실태조사 차원에서 진행됐기 때문에 인권위 측에서 실질적인 처벌은 어려운 상황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번에 조사를 실시한 병원 외에도 많은 병원에서 이러한 사례가 있을 것"이라며 "정부 측에서 정신병원들의 운영 실태를 감시하고 처벌할 수 있는 강력한 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