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을지학원, 기부금 93억원 전액 '운영비'로 사용
을지재단(회장 박준영)의 학교법인 을지학원이 지난해 기부금 수입 전액을 운영비 목적으로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을지학원은 을지대학교와 을지대학교병원을 산하에 두고 있다.
28일 국세청 공익법인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지난 2월까지 1년간 을지학원의 기부금 수입은 총 93억원에 이른다.
이 중 58억원은 을지재단의 의료법인 을지병원에서 지급했다. 같은 재단 내 의료법인과 학교법인에서 기부금이 오고 간 것이다. 을지병원은 을지학원에 기부금을 지급하며 세액공제 혜택을 받았다.
문제는 을지학원의 기부금 지급목적에 명시된 '운영비'의 대표 지급처명이 공란으로 돼 있어 누구를 위해, 어떠한 목적으로 기부금이 사용됐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대학교와 병원을 소유한 모 학원법인이 지급목적을 '연구 및 장학금', 대표 지급처명을 '양ㅇㅇ 외 4명' 등으로 명시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을지재단에 따르면 을지학원은 매달 들어온 기부금 전액을 그 달에 모두 '교수 월급'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을지대학교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은 한 푼도 배정되지 않았다.
지난해 3월에는 2억4745만6647원이 기부금으로 수입 처리됐고 그 달 운영비 목적으로 사용한 기부금 또한 2억4745만6647원으로 나타났다. 학원은 12개월 간 같은 방식으로 기부금을 사용했다.
이에 대해 을지재단 관계자는 "기부금은 국고보조금과 을지병원에서 인건비로 사용하라며 지급한 것"이라며 "인건비로 쓰라고 기부된 것이기 때문에 을지대학 교수 인건비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 예산으로는 인건비가 부족하기 때문에 기부금을 전액 사용해야 했다"며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은 학교 예산을 통해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