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정부 말 잘 들으면 떡이 생겨야 하는데

2015-04-30     김명기 힐링승마사업단장

▲ 장애물 연습 중 낙마하는 학생
승마장 사업에서 손을 떼고 한 발짝 물러서 있으려고 해도 봄바람에 실려 오는 소식들은 영 건조하고 차다. 뭔가 좋은 소식, 발전적인 소식이 들려올까 기대해 봐도 들리는 소리는 축산 농민들의 한탄과 한숨이다.

2005년 경 건국대학교에 한국말산업연구소를 설립했을 때, 한 축산 농민의 장탄식을 들었다. “승마 사업 좀 해볼까 해서 소 기르던 축사를 개축하고 말을 기르니까, 농림부에서 지원금이 700만원 나왔어요. 그걸로 밭 한쪽에 비닐하우스를 씌우고 조그맣게 실내 승마장을 만들었지요. 그랬더니 문체부에서 ‘체육시설법 위반’이라며 벌금이 1000만원 나왔네요. 사업 시작도 하기 전에 적자가 300만원입니다. 정부 지원금을 정부가 벌금으로 이자 붙여 가져가고, 게다가 비닐하우스 실내승마장도 다 철거해야 할 판입니다. 허허허.”

그분이 지금도 승마장 사업을 하시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당시엔 ‘말산업육성법’도 없었고, ‘농가형 승마장’에 관련된 법도 제정되기 전이었다. 법규를 위반한 것이니 뭐라 할 말도 없었던 것이다.

이게 8~10년 전 이야기다. 이젠 2009년에 발의 되었던 말산업육성법도 제정되고, 농가형 승마장의 기틀도 마련되었다. 과연 제대로 시행되고 있을까? 말산업 육성법의 주요 내용 중 하나는 농어촌형 승마장 사업이다. 농가가 ‘말을 키우는 것만으로 소득을 올릴 수 없으니’ 승용말 임대업이나 말 이용업 조항을 넣어 말 트래킹, 승마체험 등 레저 관광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 준 것.

“진작 그럴 것이지!” 기존 축사를 이용하여 소규모로 미인가 승마장을 하던 전국의 축산 농민들은 만세를 불렀다. 드디어 소규모 승마장들이 음지에서 양지로 나올 근거가 마련된 것으로 알았던 것이다. 기존의 미인가 승마장들뿐만 아니라, 새로 빚을 내고 거금을 들여 신규 농가형 승마장을 만드는 사람들도 줄을 이었다.  

▲ 재활승마 봉사 중인 대학생 기마단

말산업육성법에는 말 이용업에 대해 ‘체육시설의 설치ㆍ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승마장이 아닌 장소’에서, 승용말 임대, 말 트레킹, 승마체험 등 말을 이용한 용역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지정하고 있다. 말산업육성법에 해당되는 승마시설에 대해서는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의 적용에서 제외돼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법 해석상 농지를 체육용부지로 전용하지 않아도 농가형 승마장 영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정부와 지자체는 농가형 승마장을 여전히 체육시설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농가형 승마장을 설립하고 운영 중인 축산농민들과 전혀 다른 해석이다. 그 결과, 전국 50여개 시군이 농가형 승마장을 체육시설로 판명하고, 해당 농민들에게 ‘농지법위반 사실과 원상회복’을 통보했다.

농민들은 정부의 말을 믿고 막대한 돈을 들여 농가형 승마장을 지었다가, 뜻하기 않게 범법자가 되고, 목돈 들인 아까운 승마시설을 ‘철거’해야 하는 ‘마른하늘의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정부 말을 잘 들으면 떡이 생겨야 하는데, 말산업육성법을 믿고 농가형 승마장을 운영하던 축산농민들은 그야말로 알거지가 될 위기에 처했다. 2005년도의 이야기가 10년 지난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렇게 ‘법대로’ 설치 운영 중인 농가형 승마장을 단속하고 축산농민들을 빚더미에 앉혀 놓은 뒤, 승마대중화를 위해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을 쓸 것인가? 모쪼록 모든 것이 너무 늦지 않으면 좋겠다. 승마대중화의 요구에 부응하기엔 정부 대처가 이미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