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교, 우리의 백 년 이웃 ②
결혼식을 통해 본 화교 풍속
요즘 화교들은 배우자가 한국인인 경우가 많아 서양식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전통 결혼식이 많이 사라지는 추세이다.
거기에 전통 결혼식은 서양식에 비해 절차도 비교적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기에 현대 화교들도 한국인과 마찬가지로 간편하게 서양식으로 결혼식을 하는 것이다.
물론 전통 결혼이라 하더라도 그 내용은 서양식(사실은 한국화된 서양식)과 혼합된 경우가 많아 일종의 퓨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신랑 신부가 모두 명찰을 달고 있다. 사진=왕청덕 제공>
결혼식장에는 분홍색 보자기가 테이블 위에 펼쳐져 있는데 이것은 일종의 방명록으로 하객들이 축하의 말을 적는다. 보자기에 자유로이 축하의 말을 적은 후 축의금을 내게 되는데 역시 붉은 봉투에 돈을 넣어서 낸다.
결혼식이 끝나면 신랑 신부는 사탕과 담배를 담은 바구니를 들고 예식장 입구에 서서 하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요즘에는 흡연 인구가 줄었지만 예전에 일부 하객은 이 담배를 무더기로 가져가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기념촬영을 할 때 신랑 신부 뒤에 양가 아버지(아버지가 없으면 집안의 남성)와 주례가 함께 사진을 찍는데 이 자리에 반드시 결혼 '소개인'이 증인으로 참석해 사진을 찍는다. 연애결혼을 한 경우라도 '소개인'의 자격으로 누군가 그 자리에 서서 소위 인증사진을 남기는 것이다.
결혼식의 최종 의식은 신부가 신랑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인데 이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가 있다. 새로운 사람을 집으로 들이는 것이므로 정갈해야 하며 이를 위한 의례가 기왓장 깨기와 숯불 넘기 의식이다.
신랑의 집 입구에 기왓장을 한 장 엎어두고 신부가 먼저 이를 깬 후 신랑이 또 하나의 기왓장을 깬다. 이 기왓장이 제대로 깨져야 둘에게 좋은 일이 생긴다고 믿는다.
기왓장을 깬 후에는 숯불 뛰어넘기 의식을 하는데 밖에서 들어오는 모든 나쁜 것들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의식을 하는 것이다.
이 '통과의식'이 끝나면 신부는 집안에 대기 중인 신랑의 친척에게 인사를 드린다. 한국의 폐백과 비슷한 의식으로 인사를 받은 친척들은 답례로 축의금을 건넨다.
이후 신랑 신부는 집안의 사당으로 가서 아침에 신랑이 준비한 제단에 함께 절을 한다. 이 과정을 끝으로 신부는 신랑 집안의 '가족'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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