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하천부지·매립지에 목초지를 조성하자

2015-02-09     김명기 힐링승마사업단장

▲ 설원에 방목 중인 말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라고 쓴 입춘첩을 보았다. 겨울이 그 끝을 알리고 있다. 2월과 설 명절이 지나면 승마장은 비로소 긴 겨울잠을 깨고 새로운 한해를 시작할 것이다.

겨울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는 아직 답이 나오지 않았다. 커다란 실내 승마장이 정답이라고는 하지만, 몇 십 억의 건설비용 대비 수익을 계산해 보면 철저한 오답이다. 승마장 건설에 지가를 제외하고 수억 이상을 들이면 영원히 적자인 사업이 현재의 승마장 업이다.

아침마다 말을 방목한다. 한 마리씩 말을 풀면 어떤 말은 천천히 걸어 나가고 어떤 말은 반드시 뛰어 나간다. 방목장으로 뛰다가 다칠 수도 있으니 천천히 나가게 하려고 애쓰지만 한마리가 뛰기 시작하면 다른 말들도 함께 뛴다. 영화 속의 감옥처럼 철컹! 문이 열리고, 커다란 말들이 뛰어 나가는 것을 보면 장관이다.

방목장이라고 해야 1000평 정도의 빈 공간이지만, 말들은 그 공간을 너무 좋아한다. 서로 무리를 짓고, 싫은 녀석에게 발길질도 하며 서열을 가린다. 고개를 숙여 작은 풀잎을 찾으며 이리저리 여유롭게 거닌다. 사람들이 보기에도 목가적이고 평화로운 장면이다. 건초값, 사료비, 인건비 등 금전적인 걱정을 잠시 잊게 만든다.

▲ 미국 시애틀 근교의 목장
얼마 전 미국의 목장을 돌아보고 잠시 좌절했다. 그곳 말들은 적어도 1만평이상의 목초지에, 길게 자란 풀을 뜯으며 여유롭게 방목되고 있었다. 커다란 수레바퀴를 긴 파이프로 연결하여 말들이 풀을 뜯을 구획을 정한다. 풀 뜯을 장소를 변경하려면 이 수레바퀴를 밀어 범위를 조정하면 된다. 이동식 담장인 셈이다. 그러니 건초 비용 들 일이 없다. 원가 면에서 우리나라는 미국과 아예 경쟁이 되지 않는다.

말에게 먹이는 건초는 99% 수입한다. 콩과 식물인 알팔파나 벼과식물인 티모시를 먹인다. 그러니 비싼 수입건초를 먹이는 국내 승마시장과, 초원에서 그냥 생초를 뜯게 만드는 미국과는 생산단가, 관리 비용에서 엄청난 격차를 보인다. 뭔가 개선이 필요하다. 그래서 몇 가지 아이디어를 내보았다.

먼저 우리나라에 흔한 볏짚을 먹여 보았다. 콩과 식물을 선호하는 말들의 입맛에는 맞지 않는다. 그저 흥미 삼아 잠깐 씹어 보고 절대로 먹지 않는다. 마방 깔 짚으로나 사용가능 한 것이다. 그러나 예전 소들에게 일일이 볏짚이나 콩대를 삶아 여물을 만들었던 것을 생각하면, 볏짚에 몇 가지 첨가 가공을 하여 새로운 건초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 말들이 좋아하는 단맛과 향, 영양소를 첨가하여 볏짚을 이용한 말 건초를 만드는 것은 가능해 보인다.

두 번째, 요즘 강이나 하천 부지에 여러 가지 꽃과 관상용 식물을 심어 사람들에게 경관과 산책로를 제공하고 있다. 이 하천 부지에 알팔파나 티모시를 심으면 어떨까? 우유생산용 소들도 이런 수입 건초를 먹인다.

하천부지나 매립지에 목초지를 조성하자. 이런 사료용 목초를 키울 수 있다면, 막대한 외화를 절약하고 축산 농민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결과가 될 것이다. 몇 년 전부터 관계 기관에 이런 이야기를 해보았지만 아직은 감감무소식이다. 문제가 있다면 해법을 만들어 내야 한다. 답을 내는 것을 우리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