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겨울철 안전승마
고객이 찾지 않는 승마장의 겨울은 혹독하다. 대부분의 승마장들이 개점휴업 상태고, 눈은 끊임없이 치워야 한다. 여기저기 얼음이 두껍게 얼어 있기에 입수보행은 절대금지다. 말들은 먹고 쉰다. 그리고 힘이 찬다. 며칠 만에 마방에서 꺼낸 말들은 팽팽한 근육을 자랑하고 방귀를 뿡뿡 뀌며(위협을 하는 행위) 이리저리 고무공처럼 튀어 오른다.
대부분의 승마장에는 일손이 없다. 승마장 원장님과 교관, 그리고 마분 치우는 사람 정도다. 원래대로라면 매일 한두 명씩 일일이 말을 꺼내 타고 순치를 해야 하지만, 그럴 일손이 없다. 마분 치우고 눈치우기에 바쁘다. 그래서 급할 때는 회원이 오기 전 10~20분간 말을 운동시키고 회원을 말에 올린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러니 한가한 겨울 승마장은 기승이 더욱 위험하다.
최근 일본의 승마대기업 ‘크레인’의 자료를 보면 400번 기승에 한번 꼴로 낙마가 일어난다고 한다. 0.25%, 이정도면 상당히 안전한 것으로 생각한다는 의미다. 일주일에 한 번 승마하는 주말 승마인을 기준으로 한다면 8년에 한 번 낙마한다는 의미다. 굉장하다. 하지만 실은 이것도 부족하다.
내가 진행하는 팀의 ‘찾아가는 승마교실’을 보면, 지난해 초등학교 1곳 당 48명을 10번씩 기승 교육했다. 한 학교에 480번 기승, 5개 학교니 1920번 기승한 것이다. 물론 낙마는 ‘0’번이다. 확률로 따기기조차 어렵다. 학교에서 어린이가 심각한 낙마를 한다면 교내 승마교육은 당장 금지될 것이다. 이것은 2014년에만 국한된 것이다. 이전에는 40여개 학교였다. 그러니 전에 필자가 칼럼에 썼던 대로 일반승마장의 1/10 수준으로 승마보험이 가능한 것이었다. 안전하지 않으면 승마할 필요 없다. 승마는 즐거운 레저 스포츠지 생명을 건 모험이 아니다.
1:1 안전 교육을 하는 찾아가는 승마교실은 조금 특수한 경우다. 승마장 현실에서 그렇게까지 많은 인력을 써가며 안전을 기하긴 어렵다. 하지만 최선을 다할 수는 있다. 당장 매일 한 마리 한 마리 마필 순치 교육이 어렵다면, 5두 정도씩 한꺼번에 말을 꺼내 매일 30분~1시간 이상 운동을 시켜 힘도 빼고 교관의 지시를 따르는 순치정도를 높인다.
승마 회원들도 10~20분 정도 일찍 와서 스트레칭이나 간단한 요가 동작, 또는 국민체조 등으로 몸을 충분히 풀어 준다. 묶어 놓은 말에 그냥 올라타는 것이 아니라 당근이나 각설탕으로 말과 친해지고, 단 3~5분이라도 말과 친숙해 지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다. 동물이니, 말도 낯선 이를 경계하는 것은 당연하다.
“나 어디서 구보까지 했어요.”라고 하는 회원들의 말은 미안하지만 절대로 믿지 말자. 안전이 먼저다. 교관들은 안전하게 초보자용 말에 조마삭을 걸고, 처음 온 회원이 어느 정도 타는지 확인하고 말을 내어 주어야 한다. 구보 배웠다는 분이 속도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 90% 이상이다. 승마는 자기 실력을 낮추어 말해야 그만큼 더 안전하다.
추위 때문이라며 손님들은 겨울 승마를 기피한다. 그러나 딱딱한 겨울 운동장에서도 더욱 안전하게 말 타도록 지도하는 승마장 사람들의 배려와 따스한 마음이 느껴진다면, 승마 후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가 은은하게 흐르는 아름다운 겨울 승마장 풍경을 보며 마시는 커피 한잔이라면, 거기에 난로에 구운 군고구마 한 개가 있다면! 겨울과 매서운 추위를 안전승마의 또 다른 매력과 힐링의 장으로 전환하는 발상의 전환. 이것이 혹독한 겨울승마장의 현실을 바꾸는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