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면초가, 승마대중화의 벽

2015-01-05     김명기 힐링승마사업단장

▲ 폭설 속에도 승마교육은 멈추지 않는다.
2015년에도 승마업계는 몇 가지 큰 문제를 안고 있다. 하나같이 시한폭탄 같은 문제들이지만 승마업계는 문제를 외면한 채 그럭저럭 굴러가고 있다. 모두가 못 본 체하면 없는 일이 되는 것인지, 신기하다.

승마장 인사사고 문제는 여전히 해결책 없이 표류하고 있다. 승마장에서 손목만 삐어도 병원에 가고, 아무런 부상 없이 드러누워도 승마장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승마는 개인이 승마의 위험성을 알고 본인의 판단에 따라 즐기는 것이라는 면책각서를 반드시 작성한다. 효력이 미약하다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면책각서 한 장 없이 승마 업을 한다. 이번에 호프만식 계산으로 9억여 원의 배상금과 승마장 주인의 금고형 등 승마장 존립자체를 위협하는 판결이 나왔음에도 아무도 문제제기를 하고 있지 않다.

사고 한 번에 수억 원씩 배상할 수 있는 승마장은 거의 없다. 승마보험도 대개 1억 원이 한도다. 말에게 아무리 타일러도 낙마 사고를 없앨 수는 없다. 그런데도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승마장 주인은 금고형을 받아야 한다. 일생의 노력이 사고 한 번에 물거품이 되고, 구속당해 영어(囹圄)의 몸이 될 수도 있는데 누구도 나서지 않는다. 당장 내게 닥친 일이 아니면, 남의 일이란 말인가?

매년 반복되는 말 사료와 건초문제. 말 사료는 고가다. 그러나 사료 업체들이 여럿 생겨나고 경쟁과 자구노력에 의해 어느 정도 공급 안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알팔파, 티머시 등의 건초는 사정이 다르다. 일 년에 몇 번씩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살아 있는 생물의 먹이를 두고 이런저런 일들이 벌어진다. 미국에서 수출을 막았다느니, 쿼터 협상이 안 되어 못 들어온다느니. 이럴 때마다 승마장들은 속이 새까맣게 타고, 대량으로 소를 키우는 곳에 건초를 구걸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소 키우는 곳에서는 건초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미국이 수출을 막았다느니, 쿼터제 어쩌구는 다 어떻게 된 일일까? 전에 승마산업을 도우려는 한 도의원에게 들었다. “승마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도울 길을 찾아보았지만 몇 년 동안 단 한 명도 찾아와 의논하거나 상황을 이야기 해주는 사람이 없더라. 소 키우는 사람들은 규모가 상당하다. 그런데도 꾸준히 찾아와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협력을 한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곳이 승마업계다.”

매년 건초 품귀로 몇 번씩 속을 태워도 대책은 없다. 국제유가는 떨어지는데도 승마장 건초 값은 오른다. 승마업계 전체의 건초나 사료 수요를 예측하여 일괄 구매하고 공급을 안정시켜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도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 각자 알아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 체험승마를 하는 컵스카우트 어린이들

농민을 위해 ‘농가형 승마장’을 육성한다고 했다. 많은 농민이 ‘농지 전용’과 ‘체육시설업법’ 위반으로 전과자가 되고 벌금을 냈다. 정부가 법 해석을 잘 못한 까닭이다. 막대한 농지전용 비용 다 들여서 농가형 승마장을 정식 체육시설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냥 일반 승마장을 만들지 왜 구차하게 농가형 승마장을 만들겠는가. 어려운 농민을 돕고 승마를 대중화한다는 취지라면 농지전용 없이 휴경 중인 논밭에서 승마를 배울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번에 법제처로부터 ‘말 이용업을 겸업하는 농어촌 승마시설은 체육시설설치이용법과 별개’라는 해석이 나왔다하니 기대해 볼 일이다. 단 이것 역시 개인이 힘들여 받아 낸 결과다.

인터넷이 세상을 바꾸고 수많은 필요 기술들이 표준화 돼도 승마는 백인백색(百人百色)이다. 승마교본과 자료가 출간되어도 제대로 읽어 보는 교관들이 없다. 어깨너머 배운 사설로 초보 승마인들을 지도한다. “승마는 팔다리 하나씩 부러트리며 배우는 겁니다.” 골프보다도 더 우아한 종목인줄로 알고 찾아온 승마고객들은 낙후된 시설에 놀라고, 마구잡이 교육에 놀라고, 안전 불감증에 놀라고, 상상도 못할 막말과 접객 태도에 놀란다. 승마를 제대로 보급하려면 승마교관들의 교육이 먼저다.

교육기초와 예절바른 태도, 나아가 경영의 기초가 되는 마케팅 등을 교관인력에게 보수교육하고 승마산업 전체의 운영과 접객수준을 올려야 한다. 그런데 누가?

일반 승마인들은 자리만 되면 삼삼오오 모여 문제점을 성토한다. 승마협회가 또는 문광부가, 또는 농림부가 나서서 하나씩 해결해 주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아무도 앞에 나서 주장하지는 않는다. 청마 해였던 작년에도 무엇 하나 시원하게 해결된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