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끝) 멜라민 등 글로벌 식품 공포

2008-12-29     정진하
【서울=뉴시스】정진하 기자 = 올해는 중국에서 발생한 ‘멜라민 파동’과 아일랜드산 다이옥신 돼지를 포함해 유난히 전 세계적인 먹거리 파동으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특히 중국의 한 유명 메이커에서 제조한 분유에서 출발한 멜라민 파동은 조사가 진행되면서 유제품을 비롯한 가공식품, 식품 원료, 동물 사료 등에까지 폭넓게 확산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중국으로부터 이를 수입한 전 세계 수십 개국에 새로운 ‘멜라민 공포’를 양산시켰다.

▲ ‘전세계의 공장’ 중국의 도덕불감증, 멜라민 사태 야기

당초 공업용 화학물질로 식품첨가물로는 전혀 고려될 수 없었던 멜라민이 처음 식품에 발을 들여놓게 된 데에는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원가만 절감하면 된다는 중국 식품업자들의 도덕불감증이 출발점으로 작용했다.

이들 업체들은 이미 생산된 우유의 양을 늘리기 위해 물을 섞었는데, 이렇게 되면 우유의 단백질 성분은 묽어지게 된다. 하지만 이들은 우유 품질 검사 시 단백질 측정을 위해 질소의 함유 비율이 기준으로 이용된다는 사실을 알고, 질소 함량이 풍부한 멜라민을 넣어 고단백의 품질 좋은 우유인 냥 ‘눈속임’해 팔아넘긴 것이었다.

이 ‘엽기관행’은 지난 6월 중국 간쑤성에서 특정 회사에서 제조된 분유를 먹은 영아 16명이 한꺼번에 신장결석이나 요도 결석 증세로 입원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해 마침내 9월 중국 당국이 이 같은 사실을 공식 시인하면서 만천하에 공개됐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뒤늦은 대처는 중국 전역에 영유아 수십만명의 피해로 이어지며 올해 말까지 6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 멜라민 피해국 수십개국에 달해…한국도 뒤늦은 피해 수습

한국을 비롯한 일본, 대만, 동남아시아를 포함해 유럽연합과 미주, 중동에 이르기까지 수십개국도 중국의 공식 발표에 부랴부랴 중국산 유제품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으나 이미 곳곳에서 피해자들이 꼬리를 이었다.

아울러 중국 산 외 뉴질랜드산 분유를 비롯해 미국산 분유에서도 멜라민 성분이 소량이나마 검출되면서 멜라민 공포는 그야말로 지구 한 바퀴를 돌아 소비자들을 위협하는 식품 마수가 됐다.

사태 초기 “중국산 분유는 수입되지 않았다”며 팔짱을 끼고 있던 한국도 뒤늦게 대형 제과업체의 제품 다수와 커피 프림, 건빵 원료 등에 멜라민이 검출되자 해당 식품에 대한 리콜을 실시하고 멜라민 안전 기준을 세우는 등 부산한 모습을 보였다.

▲ ‘발암’ 다이옥신 돼지에 또 놀란 세계의 식탁… 전세계적 식품안전 네트워크 필요성 대두

하지만 멜라민 사태가 채 진정되기도 전인 올 12월 유해물질인 다이옥신에 오염된 아일랜드산 돼지고기가 한국을 비롯한 세계 25개국에 수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전 세계는 다시금 경악에 빠졌다.

아일랜드 정부는 자국산 돼지고기 중 일부에서 장기간 노출 시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다이옥신이 허용 기준치의 80~200배 가까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전량 회수 조치를 발표했다.

다이옥신은 주로 플라스틱이나 쓰레기를 태울 때 발생하며 암을 유발하거나 기형아 출산의 원인으로 꼽히는 유독물질이다. 과거 칠레산 벨기에산 돼지고기에서도 검출된 바 있는 다이옥신은 폐식용유, 기계유 등이 포함된 돼지 사료를 통해 오염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일랜드 정부는 이 같은 돼지고기의 다이옥신 오염이 지난 9월 1일 생산분부터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아일랜드 돼지를 수입한 국가들에서도 비상이 걸렸다. 현재까지 다이옥신 오염 돼지가 수출된 국가의 정확한 내역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아일랜드산 돼지의 최대 수입국인 영국과 프랑스, 네덜란드 등 인접 국가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울러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도 아일랜드산 돼지에 대한 긴급수입조치와 판매 중단 명령 등을 내렸다. 현재 한국에 수입된 아일랜드산 돼지는 335t 정도로, 이 중 다이옥신 오염 우려가 높은 9월 이후 생산된 돈육 46t 가량은 이미 시장에 유통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이처럼 글로벌 먹거리 파문이 잇따르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한 나라의 식품 문제가 곧 나의 문제라는 인식도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아울러 각국 정부들도 세계화된 식품 네트워크 속에서 안전 관리를 위한 국제적 협력이 절실하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로 작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