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말과 함께 하는 '품위' 있는 인생
재활승마 봉사단이 조직된 지도 벌써 석 달이 되어간다. 매 주말 조금씩 기승 실력이 늘어가는 우리 봉사단원들을 본다. 내가 처음에 한 약속을 믿고 따라주신 분들은 이제 75cm 장애물을 넘고 있다 (나는 늘 한계까지 밀어 붙인다. 흔치 않은 개인적인 기적을 경험하게 만들고 싶다). 100일간 마늘을 먹은 참을 성 많은 곰들이다. 나는 '한다면 하는! 이런 곰'들을 사랑한다.
봉사자들이 자신들의 자랑스러운 장애물 점핑사진을 인터넷에 게재하니, 다들 '와!' 놀란단다. 그리고 질문! '이 말 타는 사람은 누구?' 도무지 믿지 못하는 것이다. 승마는 일부 부자들의 스포츠이고, 게다가 장애물 승마 선수 같은 모습을 단 석 달 만에 보이다니, 누구라도 믿지 못할 밖에. 그 정도로 승마는 일상의 파격이고, 사람을 괄목상대 하게 만든다. 이처럼 사람에게 부가가치가 높은 스포츠는 드물 것이다.
일요일마다 느티나무 숲을 가득 채우는 봉사자들의 미소를 본다. 이제는 모두 어엿한 승마인의 라이프를 살고 있다. 말과 함께 땀 흘리고,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소박하지만 맛난 음식도 나누고, 주중에는 나눔을 실천한다. 일부분, 봉사자 여러분의 인생이 바뀐 것이다.
나는 승마를 지도하는 것이 아닌, 승마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영원히 갖게 해주고 싶다. 건강하게 동물과 자연을 사랑하고, 스스로의 인생을 고귀하게 여기고, 이웃과 어려운 사람의 삶을 돌 볼 줄 하는 이타적인 삶의 모습. '승마 배워 남 주자!'
오래도록 이 향기 나는 인연을 함께 하고 싶다. 젊은 봉사자 여러분이 머지않아, 결혼하고 아이를 안고 내게 찾아오는 상상을 한다. 그 아기 역시 숲의 햇살을 닮은 미소를 띠고 있겠지. 나는 한 명씩 마음에 떠올리며, 우리 봉사단원의 미래가 밝도록 기도한다. 평생 말을 타는 삶이라면, 제법 괜찮은 인생일 것이다.
물론 봉사자 여러분이나 나나, 주중에는 열심히 '지구에 매달리기'를 해야 한다. 내리고 싶어도 마음대로 내릴 수도 없는 지구호. 이왕이면 단단히 매달리고 마침내 뿌리박고, 하루라도 멋지게 살고 싶은 욕심. 나는 봉사자들이 언제든 마음과 걱정을 내려놓고 쉴 수 있는, 오래된 목장의 나이든 그루터기가 될 것이다. 어떤가?
느티나무 숲 속의 승마장. 봉사자들을 기다리는 순진하고 건강한 말들. 나이든 남자의 빈티지 음악(이번주는 Itzhak Perlman의 Carmen Fantasy). 방금 끓인 라면, 차콜 숯에 구운 삼겹살과 비어 캔 치킨. 지난 한 주의 즐거운 소식들을 물고 온 동료 단원들. 이제 전 세계 어디에 있든 재활승마봉사자들의 삶은 늘 말과 같이 할 것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승마를 지도하지만, 결국은 '말과 함께 하는 인생을 통한, 인간의 품위 있는 삶을 연구' 중이다. 그렇게 살려고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