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美 일부 도시 범죄 발생 증가

2008-12-23     정옥주
【서울=뉴시스】정옥주 기자 = 지난 9월 미국의 거대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붕괴되면서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이래 미 일부 지역에서 범죄 발생률이 급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미 일간 USA 투데이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기 침체가 범죄 발생률을 증가시킨다는 이 같은 이론에 대해 범죄 전문가들은 각기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사법 당국 관계자들은 경기 침체가 본격 현실화된 지난 여름 이후 가정폭력과 강도, 주거침입, 절도 등의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신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미 매사추세츠주 피치버그의 경찰청장인 로버트 드무라에 따르면 지난 2년6개월 동안 피치버그에서는 22건의 강도 범죄가 발생, 도시 사상 이례적인 증가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피치버그에서 발생하는 강도 사건은 보통 한 달 3~4건에 불과했다.

특히 차량 털이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164건이나 급증했으며, 차량 절도는 2배 이상이 증가했다.

드무라 청장은 “이 같은 현상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것이다”며 “경제와 연관이 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고 풀이했다.

매사추세츠주 우스터 카운티의 조셉 얼리 검사는 피치버그를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도 이 같은 범죄 급증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전적으로 경제 문제에 뒤따라 일어나고 있다”며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절망적인 일을 저지른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미국 내 일부 지역에서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례가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180곳의 법 집행기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재산범죄 가운데 최소 한 항목에서 범죄가 급증했다고 답한 응답자들이 75%에 달했다.

전국가정폭력상담소 역시 지난 9월 도움을 요청한 전화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 10월에는 18%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리다 필딩 대변인은 “경제가 가정폭력의 원인이라고는 생각지는 않지만, 폭력이 발생하고 있는 가정들에 더 많은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경제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카네기멜론 대학 범죄학과의 알프레드 블룸스타인 교수는 경기 침체가 더 많은 사람들을 범죄 속으로 몰고 갔는지에 대해 규명하기 위해서는 최소 1~2년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그러나 특히 전과가 있거나 실직 상태에 있는 젊은 층들이 범죄에 가장 노출되기 쉽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