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낙마(落馬)에 관하여

2014-04-21     김명기 뉴시스헬스힐링승마사업단장
▲ 김명기 뉴시스헬스힐링승마사업단장 allbarol@naver.com

많은 사람들이 낙마는 부끄럽고 창피한 일로 여긴다. 그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말을 타는 사람들은 누구나 낙마를 경험한다.

다만 낙마가 안전했느냐, 아니냐의 문제일 뿐이다. 또한 낙마를 할 때마다 기승 실력은 확실히 좋아진다.

낙마의 두려움으로 말을 좀 더 신중하게 다루게 되고, 자신이 어떤 실수가 낙마를 초래했는지 곰곰이 반성하게 되기 때문이다.

혹은 낙마했지만 모래만 툭툭 털고 일어났다면, '낙마? 별 것 아니군'하는 마음으로 오히려 두려움을 이겨내는 사람도 많다.

고삐만 끝까지 놓지 않고 말에서 떨어진다면, 상반신이 확실하게 보호되므로 치명적인 부상은 없다. 하지만 고삐를 놓거나, 두려움 때문에 본인이 뛰어내린다면 사고는 적지 않게 된다.

낙마를 하여 부상을 당한다면 본인의 고통은 말할 것도 없고, 지도 교관이나 승마장까지 모두 위축되게 한다. 교습 속도와 기승자의 의지, 말의 상태 등 수많은 것들이 다시 고려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낙마에서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있다. 그것은 낙마 자체가 아니라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은 부분이다. 대부분의 낙마는 기승자의 방심이나 안전 수칙 불이행에서 온다.

처음 말에 오를 때 고삐를 팽팽하게 당기지 않는 경우라든가, 고삐를 단단히 확보하지 않고 등자를 먼저 끼우는 행위, 고삐를 놓고 낙마를 한다던가, 고삐자체를 헐겁게 하여 낙마를 초래하는 경우.

또는 흥분하였거나 오래 쉬어 날뛰는 말을 조마삭 운동 등으로 차분하게 만들지 않고 기승한 경우다(이것은 교습 시간에 좆기는 교관들이 종종 겪는 상황이다).

물론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마장의 안팎 도로에서 갑자기 자동차가 달려오거나 개가 뛰어 들거나 비닐봉지 등이 바람에 날려 말이 놀라는 경우 불가항력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때도 팽팽한 고삐를 통해 말의 움직임을 0.15초 먼저 감지 할 수 있다. 이런 감각으로 말의 움직임을 최소화 하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거나 위험을 없앨 수 있다.

낙마 후 대부분의 말들은 운동장을 질주하며, 뒷다리로 허공을 차고, 방귀를 뿡뿡 뀌면서 강하고 난폭한 척한다.

그건 뭔가 잘 못되었다는 느낌과 낙마 후 교관들에게 혼날 것을 예상하고 겁에 질려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럴 때 놀라서 말을 피해 도망을 다니거나 같이 뛰어다니면 말을 잡으려 하면 안 된다.

아주 천천히 말에게 다가가서 말이 진정한 후 고삐를 잡거나, 차라리 말이 마방으로 돌아가게 유도하면 된다.

승마장의 회원들이 농담으로 '낙마주를 사라', '오늘은 몇 명이 낙마 했다'하는 것은, 가능하면 함께 운동하는 동료 회원들이 낙마하지 않고 부상자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염려와 일종의 격려일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낙마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안전의 문제다. 낙마는 말에서 떨어졌다는 의미지 결코 오염되고 타락하고 부패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러나 현실 정치상의 낙마는, 낙마라는 단어자체를 부끄럽게 만들 정도로 오염되어 있다. 낙마가 아니라 탈락(脫落), 또는 제외(除外)라는 단어는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