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때문에 美 우체국 산타 전통 차질
2008-12-20 노창현특파원
뉴욕타임스는 19일(이하 현지시간) A섹션 1면에 “뉴욕을 비롯한 10여개 도시의 우체국에서 매년 벌이고 있는 ‘산타클로스 대신하기’ 프로그램이 전날 오후 1시를 기해 돌연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산타클로스 대신하기’ 프로그램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산타할아버지에게 편지를 보내는 아이들을 위해 1912년 우체국 직원들이 대신 답장하고 선물을 주던 것에서 시작됐다.
1940년대 들어 일반 시민들이 우체국에 와서 쌓인 편지들을 임의로 골라 대신 편지와 선물을 보내며 훈훈한 정을 나눴다.
미국인들의 아름다운 풍습이 갑자기 차질을 빚게 된 것은 한 성범죄 전력의 남성이 우체국에 와서 편지를 가져갔기 때문이다. 워싱턴 D.C에서 등록된 성범죄 전과자인 이 남성이 편지를 가져간 것을 확인한 직후 연방 우정국은 전국의 산타 작전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해당 우체국은 이 남성으로부터 편지를 회수하고 편지를 보낸 아이의 가정에 이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이 남성은 “순수한 뜻에서 편지를 가져간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우체국으로선 성범죄 전력을 가진 사람의 말을 신뢰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맨해튼 중앙 우체국에 설치됐던 산타 클로스 전용 우체함이 철수됐고, 이곳에 들른 사람들은 뜻밖의 조치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딸과 손자와 함께 이곳에 온 거스 렌즈(73) 씨는 “더이상 편지를 가져갈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거스 씨의 딸은 지난해 집이 가난한 아이에게 주려고 옷과 신발을 150달러에 사기도 했다. 올해는 여섯 살짜리 아들이 “화재로 집을 잃은 일곱 살 소녀에게 집을 사주겠다며 75달러를 모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