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꿈보다 멋진 현실

2014-02-03     김명기 뉴시스헬스힐링승마사업단장
▲ 김명기 뉴시스헬스힐링승마사업단장. allbarol@naver.com

요 며칠, 날씨가 굉장히 짓궂었다. 눈 오고, 비오고, 따스하고, 갑자기 추워졌다. 겨울, 모두가 따스한 방안에서 뉴스로 추위를 바라보고 있을 때, 우리 대장정기마단 학생들은 눈비를 맞으며 주말 승마훈련에 열중했다.

기승훈련이 끝난 뒤, 다 함께 부대찌개를 끓여 먹었다. 난로불에 구운 고구마를 전채로, 작은 블루베리 피자를 후식으로 모두가 행복했다.

직접 손으로 뭔가 만들어 먹는다는 것은 행복한 노동이다. 게다가 ‘함께’ 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기쁨은 폭발적으로 증가된다.

볼을 에는 찬바람, 눈썹에 피어난 서리, 구수한 말의 몸 냄새, 말의 코에서 뿜어져 나오는 증기기관차 같은 콧김, 눈발 흩날리며 설원을 내달리는 인마일체, 운동 후 말의 몸에서 피어나는 뜨거운 김, 땀 흘린 목덜미에 닿아 녹아내리는 싸늘한 눈송이, 함께 묵직한 말안장을 풀며 하얗게 미소 짓는 동료 기마단원.

이런 겨울은 TV 속 박제 된 겨울뉴스가 아니라, 평생을 함께 할 겨울 추억이 된다. 겨울 속에서, 겨울을 손으로 만지고 몸으로 느끼며, 뇌리에 각인한 것이다.

삶이라는 긴 여행을 하면서 목적만을 강조할 이유가 없다. 살아가면서, 걸어가면서, 보이는 모든 것들이 신의 선물 이고 축복이다. 버스를 타고 눈을 뜨니 목적지. 그런 식의 여행으로 삶을 낭비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흔들리는 버스 밖으로 보이는 미지의 풍경, 타지의 사람들, 타지의 산, 타지의 강. 낯선 산위로 지는 석양과 처음 보는 바다위로 떠오르는 태양. 잠든 여행자들은 진정한 아름다움은 하나도 보지 못하고, 깊은 잠에 빠져있다.

버스나 비행기가 도착하면 목적지로 가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세계 어디나 비슷한 바에서 하비 월벵어나 데킬라 썬라이즈 한 잔 들이킨 뒤, 낯 선 호텔에서 곯아떨어지고, 다시 버스나 비행기, 잠, 목적지. 이 얼마나 엄청난 낭비인가?

암스테르담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 버스 여행을 하는 내내, 잠에 빠진 사람들도 보았다. 로렐라이 언덕 휴게소에서 단 한 번 잠에서 깨어날 뿐이었다.

잠든 여행자들, 나는 그들에게 내가 발견한 유럽의 아름다운 들녘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았다. 버스가 지나치면서 마주친 유럽 사람들과, 라인 강의 빠른 물살과, 멋진 고성들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들은 꿈속에서 더 멋진 풍경을 보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꿈보다 멋진 현실도 있다. 그건 잠들지 않는 사람들, 과정이 목적보다 중요한 사람들과 천천히 이야기 할 것이다.

겨울 승마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우리 기마단원들도 언젠가 말을 잘 타게 될 자신을 찾아 여행 중이다. 반드시 목적대로 말을 기가 막히게 잘 다루고, 승마 실력이 늘어, 봄의 대자연을 말과 함께 질주하는 행복을 누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미 그들은 승마라는 특별한 세계에서 누릴 수 있는 충분한 즐거움 속에 있다.

혹독한 훈련 과정이, 기승술 습득이라는 목적 이외의 부가적인 즐거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훈련 과정에서 충분한 기쁨을 누리고, 목적은 마치 특별 보너스처럼 덤으로 주어질 것이다.

나는 우리 젊은 단원들에게 그 점을 말해 주지 않았다. 꿈보다 멋진 그 현실은, 다가올 봄 스스로 발견한 굉장한 행복을 내게 '새처럼 지저귀며' 말해 줄, 겨우내 깨어있었던 그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