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K.R.A.의 지원을 받았냐고요?
그로 인해 발생하는 농업과 목축 부문의 산업 효과를 상상해 보자. 아니 다른 것은 다 떠나 말의 입장에서, 우리나라에 말이 2만5000여 두 밖에 없는 현실이 진정한 말 학대 아닌가?
말이 교통수단이나 파발마 등의 용도가 없어졌다고, 경마 이외에는 말을 사용하지 않아 말의 숫자가 극단적으로 줄어든 것이다.
사람을 비롯해 동물에게는 종족 보존의 본능이 있다. 동종의 수가 늘고, 다양한 배우자가 생기고, 인간이나 동물이나 다 같은 이 행성의 시간여행자들로 어울려 살 권리가 있다.
쓸모없다고 버릴 것이 아니라, 승마, 마차, 관광 레저스포츠로 아름답고 건강한 마필을 우리의 청소년들과 함께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
나는 말을 가지고 압구정동이나 가로수 길에도 잘 간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말을 보여 주고, 단 한 명이라도 승마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키게 할 생각에서다.
당연히 젊은이들은 말과 승마에 열광한다. 하도 잘나서 어른들에게 인사를 잘 안하는 것은 물론(농담!) 탤런트가 지나가도 모른 체한다는 멋진 젊은이들이 핸드폰을 꺼내들고 사진을 찍어대며 열광한다.
그야말로 열광이다. 이러니 승마가 대중적인 스포츠가 되지 않은 것이 더 신기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이런 홍보행사를 할 때마다 꼭 듣는 이야기가 있다. "K.R.A가 돈이 많기는 많아. 별 걸 다 지원하네" 내가 기마국토대장정 등 승마관련 홍보 행사를 위해 업체에 스폰을 요청하면, 요청받은 업체에서는 되묻는다.
"K.R.A에서 지원 안 해줘요?" 이거야 원. K.R.A는 대기업이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정해진 예산 안에서 일을 진행할 것이다. 매년 예산을 세우고 그 예산 안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일반 기업과 다를 것이 없다.
그런데 어떤 기업에서 쌈짓돈처럼 여기저기에서 필요할 때마다 마구잡이로 돈을 쓰는가? 그런 기업이 과연 있기는 있나?
인터넷 등을 검색하면 다 나오겠지만, K.R.A도 환급금, 세금, 축산발전기금 등 빡빡한 예산으로 일을 하는 기업체인 것이다. 아무나 지원해 달란다고 돈을 팍팍 꺼내주진 못한다. 물론 내가 승마 관련 홍보를 한다고 "옛다. 돈" 할 리가 만무한 것이다. 나도 10여 년 전엔 무조건 K.R.A로 달려갔었고, 이우재 전 마사회장 땐 얼마간 지원도 받았다.
그러나 그것은 참 무례한 짓이었고 관례를 무시한 일이었다. 감사하고 죄송하다.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였다.
여하튼 그 이후로는 돈 타령으로 K.R.A 에 가진 않는다. 내가 하는 일이 '찾아가는 승마교육'이니 차라리 교육부에서 '차상위계층 청소년들의 무료 승마교육'을 지원 받고 있다.
또 문광부와 함께 일반 시민들이 도심에서 승마 체험을 하고 전국 승마장의 안내 지도를 배포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니 내게 제발 "K.R.A 지원으로 하는 행사냐?" 라는 질문을 하진 말아 달라. 설명이 아주 길고 복잡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