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개정, '의원 죽이고, 병원 살리기?'
2008-08-01 장영식
의료계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서도 전면개정안과 마찬가지로 적극 반대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전면 개정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찬성하면서도 유보 입장을 취했던 병원계의 경우 이번 개정안이 의료기관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찬성입장을 보이고 있다.
의료계와 병원계가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일부개정안, 전면개정안과 무엇이 다른가?
일부개정안은 의료수요자의 권익 및 안전 강화, 의료서비스 경쟁력 강화, 의료인의 자율성 확대로 나뉘어져 있다.
세부내용을 보면 의료수요자의 권익 및 안전 강화는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처방전 대리수용 허용으로 구성돼 있다.
이는 전면개정안에서 병원감염관리 강화와 당직의료인 배치기준 강화, 의료인의 실명의무 신설 조항이 빠진 것이다.
의료서비스 경쟁력 강화는 의료법인간 합병절차 신설, 부대사업개선, 의료기관 종별구분 개선, 외국인 환자유치 등 허용, 양한방 협진 허용, 비전속의료 허용, 병원 내 의원개설 허용으로 구성돼 있다.
이 항목 역시 전면 개정안에서 비전속의료 허용과 병원 내 의원개설 허용 항목이 빠졌다.
의료인의 자율성 확대 항목은 의료기관 명칭표시 자율화 항목만을 세부항목으로 두고 있으며, 이 항목은 지난해와 달라진 부분이 없다.
일부개정안은 전면개정안 추진 당시 상대적으로 쟁점으로 부각됐던 유사진료행위 인정과 간호진단 인정 여부, 표준진료지침, 의사재교육 시간 연장, 비전속 진료 허용 등이 제외됐다.
하지만 의료서비스 경쟁력 강화 항목이 주로 병원급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항목이어서 의원급 의료기관의 반발은 여전하다.
◇의료계, 의원 몰락 우려…"원점서 재논의하자"
의료계는 일부개정법률안 추진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의료법 전부개정안이 이미 의료계의 반대로 무산된 만큼 의료법 개정은 일부 개정일지라도 원점에서 재논의돼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함으로써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의료계는 일부개정안의 거의 모든 항목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의료계는 이번 개정안이 일부 병원급 의료기관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항목으로 이뤄져 있어 필연적으로 의료전달체계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병원급 의료기관의 경쟁력 강화가 비교적 경쟁력이 약한 의원급 의료기관을 몰락시킨다는 것이다.
결국 의원급 의료기관 수가 감소하는 것은 국민의 병원이용 증가를 의미하고, 이는 국민의 의료기관 접근성 악화를 불러 국민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의사협회는 의료산업 선진화 방안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와 같은 규제를 철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하며, 그동안 의료계의 희생만을 강요하던 잘못된 의료정책을 바로 잡지 않는다면 의료계의 동의를 구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병원계, "규제 풀어야 병원경쟁력 제고된다"
병원계는 환자의 의료기관 이용을 저해하고, 의료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불합리한 규제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병원계는 일부개정안에 포함된 의료기관의 종별 구분 개편, 해외환자 유치를 위한 유인ㆍ알선 일부 허용, 의료법인간 인수ㆍ합병 절차 신설 등 다수 항목이 의료기관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내 의료기관들이 해외환자 유치를 통해 미국 등의 선진국들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높은 수입을 벌어들이고 이를 시설 및 장비 등에 재투자하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용이해진다는 것이다.
병원계는 대학병원과 사회복지법인 병원과의 형평성을 근거로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 확대도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의료법인의 인수ㆍ합병 절차도 신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조항이 신설되면 경영이 악화돼 더 이상 진료기능을 수행하기 힘든 의료법인들로 하여금 경영상태가 우수한 타 의료법인에 인수ㆍ합병되도록 해 의료법인의 경영합리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병원계의 입장이다.
◇복지부, "우선 동의해주면 시행규칙으로 보완"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6월 입법예고 이후 이뤄진 의견수렴 결과를 두고 고심중이다.
시민단체가 의료법 개정안 반대 성명을 내는가 하면 의사협회는 개정안 적극 반대의사를 복지부에 전달했다.
또, 여당도 의료법 개정안이 건강보험 민영화로 비쳐질 수 있다며, 시간을 두고 정리해 나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러한 주변 여건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이번 국회에서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전면개정안에서 쟁점사항이었던 항목을 다수 제외시켰고, 의료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필요한 사항들을 담았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복지부는 의사협회를 비롯한 이해단체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의사협회와 시민사회단체가 의료법 개정안 전면폐기에 공조함으로써 곤혹을 치렀기 때문이다.
복지부 측은 "법이 모든 것을 담을 수 없는 만큼 먼저 개정안에 동의해주면 차후 시행규칙으로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