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없는 '원격진료' 논란…"환자는 혼란스럽다"
특히 현행 의료법상 환자와 의사 간 원격진료는 이미 불법으로 규정돼있고, 이에 대한 정부의 정책 기조가 뚜렷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나온 발표라 의료계가 더욱 혼란을 빚고 있다.
11일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현행법상 '원격의료'는 영상시스템을 통한 환자 진료가 아니라, 의료기관 내에서만 이뤄지는 의료인 간 협진의 개념이다.
이에 대해 최근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고립된 환자에 한해 방문형 원격의료를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는 도서 지역이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에 한해 이동식 전자장비를 갖춘 '현지 의사'가 처방전 발행 등을 '원격지 의사'의 도움을 받도록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하지만 의협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 각 부처에서 원격진료 허용을 위한 움직임이 포착된다며 이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의협 노환규 회장은 "사람의 건강 상태를 직접 대면하지 않고도 수치화해 알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이라며 "의료를 산업화하기 위해 정치인들과 정부가 '원격의료'라는 환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환자와 의사 간 이뤄지는 원격진료가 허용되면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가속화돼 일차의료기관이 붕괴되고 결국 의료접근성이 악화될 것"이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의료 취약지 조차 원격진료를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빅3병원에 속하는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은 원격진료와 관련한 의협의 이 같은 강경 발언에 대해 말을 아꼈다.
서울대병원 P모 관계자는 "민감한 사안이라 입장을 내놓기 어렵다"며 "병원장을 비롯해 교수들도 이와 관련해 단일한 의견으로 모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복지부 등 관계 부처의 지침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의협의 발표 만으로 이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리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며 "관련 법이나 정책 노선에 따라 구체적인 논의를 해 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표했다.
의료계 H모 관계자는 "현행법상 실체도 없는 원격진료에 대한 논쟁은 소모적이고 무의미하다"며 "다만 원격진료든 원격의료든 중요한 것은 의료계와 정부가 만든 결과물을 감수하게 될 환자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