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로 재활용 쓰레기값도 폭락, 업계 울상” NY타임스
2008-12-09 노창현특파원
뉴욕타임스는 8일(현지시간) A섹션 1면과 18면에 걸쳐 “재활용 가능한 종이박스와 신문, 플라스틱, 금속 등이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지만 경제위기 여파로 가격이 폭락, 매기가 끊겼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재활용 쓰레기들이 재활용 과정을 거치는 대신 매립지로 직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아리조나의 ‘세도나 리사이클즈’라는 비영리재단의 브라이아나 스탠버그 씨는 최근 페지류 수집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젠 더 이상 시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야적창고는 이미 재활용 쓰레기들로 산더미를 이루고 있다.
웨스트 버지니아의 카나화 카운티는 매주 금요일 실시하던 재활용 쓰레기 수거를 주민들에게 각자 알아서 처리할 것을 당부했다.
펜실배니아 동부의 프렉스빌 타운은 아예 재활용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재활용보다 버리는게 더 값이 싸기 때문이다. 몬태나의 옐로스톤 국립공원 인근의 재활용센터도 종이박스를 더 이상 수거하지 않는다.
재활용프로그램 폐지가 전국적인 현상은 아니지만 문제에 직면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전국에 13개의 재활용 회사들을 운영하는 뉴왁그룹의 조니 골드 수석부회장은 “매일 엄청난 제활용 쓰레기들을 계속 쌓아두기만 하고 있다”고 고개를 저었다.
현재 재활용 쓰레기의 가격은 서부해안의 경우 톤당 20~25달러로 이는 지난 10월의 105달러에 비하면 엄청난 하락이다. 주석의 경우 올해초 톤당 327달러하던 것이 단 5달러로 대폭락했다. 하지만 유리의 경우 국내수요가 많아서 가격하락이 크지는 않았다.
재활용쓰레기가 경기와 민감한 이유는 일부 제품들이 신상품 생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종이박스 폐지는 전자제품 포장박스로, 고무류는 신발, 금속류는 자동차 부품으로 재생산되고 있는데 경기부진에 따른 생산악화가 재활용 쓰레기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재활용쓰레기업계의 문제는 중국에 대한 수출물량의 축소라는 외부 요인도 있다. 미국의 가장 큰 재활용품 수출국인 중국의 경기침체가 재활용품 시장에 찬 바람을 몰고 온 것이다.
그간 재활용품 시장은 환경보호운동과 맞물려 강한 탄력을 받아 왔다. 재활용 쓰레기는 바로 현금화가 가능했고 식품 체인점이나 다른 소매상들은 수천톤의 종이박스 쓰레기들을 돈으로 만들 수 있었다.
UC버클리의 짐 윌콕스 교수는 “과거엔 돈벌 욕심으로 환경보호도 가능했다”면서 “이제는 시 차원의 참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뉴욕시는 폐지를 지난 10월까지 톤당 50달러 하던 것은 10달러에 사고 있다. 하지만 뉴욕시의 로버트 레인지 재활용 담당국장은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말한다.
보스턴에서는 톤당 5달러에 불과하다. 시 당국은 조만간 종이류는 취급하지 않을 계획이다. 그러나 매립 비용이 톤당 80달러이기 때문에 아직은 재활용이 낫다는 분위기다. 일부 작은 타운들은 재활용가치가 떨어지는 일부 플라스틱과 금속류의 경우 재활용 대상에서 제외한 상태다.
기업이나 교육기관들은 나름의 문제들과 마주하고 있다. 음료수병과 학생들이 보는 신문을 인근 재활용센터에 보내면서 톤당 10달러를 지불하던 하버드대는 지난 달 재활용업체로부터 톤당 20달러로 올리겠다는 편지를 받았다. 이 대학의 롭 고간 재활용담당 매니저는 “매립비용이 톤당 87달러이기때문에 아직은 상관없다”고 말했다.
‘오피셜보드마켓’의 마크 아조우매니안 편집장은 재활용종이 구매계약을 맺은 중국과 미국의 종이공장들이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공장들은 재활용 쓰레기중에 훼손된 것들을 제외하는 등 좀더 까다롭게 고르고 있다.
최근 상황은 재활용쓰레기 더미를 싣고가기 전에 돈이 될만한 것들을 골라내는 ‘쓰레기 밀렵꾼(Junk Poachers)’들도 엄격히 다루는 원인이 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재활용 쓰레기회사를 운영하는 마이클 샌지아코모 사장은 “우리 직원들이 재활용 쓰레기들을 수거하러 가면 쭈그러진 종이박스들만 발견하는 일이 많다”고 전했다.
재활용 프로그램 중단은 어린 학생들의 항의사태까지 초래하고 있다. 웨스트 버지니아 사우스찰스턴의 루스론 초등학교에서는 지난 9월 재활용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2학년생들이 사장과 주지사에게 항의편지를 쓰기도 했다. 재활용 프로그램을 유지시켜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 학교의 레이철 피스크 교사는 “아이들은 ‘당신들이 경제에 대해 뭐라고 얘기하건 우리는 상관없지만 재활용을 하지 않으면 우리의 지구가 더러워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편지를 썼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