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패션계도 甲의 횡포…소기업 '디자인 갈취' 관행
영세업체 지적재산권은 봉? 죄의식 없는 '베끼기'
28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규모나 재정적으로 우위에 있는 기업에서 소규모 업체가 고안한 디자인을 관행적으로 도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최근 패션잡화 업체 F사는 애스크, 도크 등의 브랜드를 소유한 연매출 1000억원 규모의 리얼컴퍼니로 부터 디자인을 도용당했다.
문제가 불거지게 된 상품은 F사가 지난해 9월 출시한 '백팩'이다. 올해 초 F사는 리얼컴퍼니 측으로부터 해당 디자인 사입을 권유받았다.
이에 대해 F사 대표는 거절의 의사를 표시했으나, 리얼컴퍼니는 무단으로 같은 디자인의 제품을 전국 60여개 매장에 출시해 이득을 챙겼다.
피해를 본 F사 관계자는 "대기업 간 디자인 도용이 일어나면 피터지는 싸움이 되는 경우가 흔하고, 피해보상 규모도 엄청나다"며 "반면, 소규모 업체의 지적재산권은 무시당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또한 "디자인 출원에 드는 비용이나 시간도 만만치 않고, 큰 기업을 상대로 권리를 주장하는 것 자체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라고 토로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디자인 등록을 하지 않은 경우, 보호받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정황상 부정경쟁방지법에 의거해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의류산업협회 지적재산권 보호센터 관계자는 "정부‧지자체 및 관계기관 등의 도움을 받아 권리를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 김모(34‧남)씨는 "디자인등록에 건당 수십만원의 비용과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도 많다"며 "일부 기업의 도덕불감증이 영세업체를 힘들게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리얼컴퍼니 경영지원팀 관계자는 "도용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해당 디자인의 '사입 권유'와 관련해서는 "그 당시 업무를 진행했던 직원은 퇴사했다"고 다소 무책임한 답변을 했다.
한편 리얼컴퍼니는 최근에도 모 영세업체의 디자인을 도용해 논란이 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