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도 중풍이 온다고?'…통증없어 방치하다간 '실명'까지
2012-09-11 박성환 기자
직장인 한지형(52)씨는 최근 안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갑작스럽게 시력이 저하되고 눈이 심하게 충혈 됐지만 한씨는 별다른 통증이 없어 월말 결산을 앞둔 때라 과로한 탓으로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갈수록 오른쪽 눈이 심하게 충혈 되고, 바로 앞에 있는 물체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심해진 뒤에야 한씨는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 한씨는 '망막혈관 폐쇄증'이라는 생소한 진단을 받았다. 한씨를 진료한 의사는 "조금만 지체했다면 시력을 완전히 잃을 수 있었다"며 약물치료를 2개월째 시행하고 있다.
"일이 많아 며칠 과로한 탓이라고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가 시력을 잃을 수 있다는 의사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최근 피 찌꺼기인 혈전(血栓)이 눈의 혈관을 막아 생기는 이른바 '눈 중풍'으로 불리는 망막혈관 폐쇄증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1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0년 눈 중풍을 치료 받은 사람은 10만8000여명으로 4년 새 54%나 증가했다. 망막혈관 폐쇄증은 여성보다는 남성에게서 주로 발병하고, 40대부터 환자가 급증하기 시작해 60대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망막혈관 폐쇄증은 혈전이 동맥이나 정맥을 막아 발병하는데 치료시기를 놓칠 경우 실명할 가능성이 높은 위험한 질병이다.
망막에는 혈액을 운반하는 수많은 실핏줄들이 존재하는데 이 가운데 일부가 막히면 갑작스럽게 시력이 떨어지고 시야가 좁아진다. 하지만 별다른 통증이 없고 외형상 잘 드러나지 않아 대부분 스트레스나 과로로 인해 생긴 일시적인 현상으로 여겨 무심코 넘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칠 경우 눈의 기능이 떨어져 시력이 회복되지 않거나 녹내장 등의 다른 눈 질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발병 즉시 병원을 찾아 막힌 혈관을 뚫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고지혈증이나 고혈압, 당뇨 등 혈관질환이 있는 위험군이나 50대 이상 성인들은 망막 상태 등을 정기적인 검진 받아야 한다.
치료는 혈전용해제를 눈이나 망막에 직접 주사하는 약물치료나 레이저를 이용해 눈에 혈액을 원활하게 공급해주는 치료방법 등이 있다.
전문가들은 망막혈관 폐쇄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금연과 육류 섭취를 줄이는 식습관, 꾸준한 운동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태원 안과 전문의는 "눈 속의 혈관이 막혀 혈액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생기는 눈 중풍을 방치할 경우 안압이 높아지거나 망막에 출혈이 생겨 시력을 잃게 된다"며 "치료시기를 놓친 뒤 치료를 받더라도 그 효과가 미비하기 때문에 발병 즉시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눈 중풍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육류 섭취를 줄이고, 적당한 운동으로 혈전이 생기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며 "특히 고지혈증 등 혈관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예방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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