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헬스]2010년 식품업계 10대 뉴스
올해 초 1조 클럽이 11개사로 늘어나며 성장세를 예고했던 식품업계는 잇따른 이물질 사고와 국제 원당가 폭등으로 인한 가격 인상, 업체 담합 등으로 인해 순탄치 않은 한해를 보냈다.
특히 지난 크리스마스를 앞둔 시점에서 '쥐'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들어간 식빵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그 진위여부를 두고 파장이 일기도 했다.
29일 뉴시스헬스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0년 한해 식품업계의 10대 뉴스를 선정해 되돌아 봤다.
①1조클럽 11개사…'외형은 성장, 이익율은 감소'
2009년 식품 제조업체 매출액 상위 기업(개별법인 기준)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매출액 1조원 이상을 기록한 기업은 11개 회사로 전년 대비 2개 회사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식품업계에서 본격적인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매출 1조원 돌파 기업은 11개 회사로 증가했다. 특히 소재 식품회사와 가공식품 회사 간의 이익률 차가 두드러졌는데 음료사업을 기반으로 한 가공식품업체들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외형은 성장했으나 이익률은 감소하는 현상을 보여 식품업체들의 수익성에 대한 고민을 안겨주기도 했다.
②고유영역은 없다, '무한 경쟁 시대' 돌입
이제는 더 이상 고유영역은 없다. 각 식품업체들은 기존 영역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제품 다양화를 통해 무한 경쟁 시장에서 살아남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우선 타업체들이 진출했다가 실패를 맛본 커피믹스시장에는 남양유업이 '프렌치카페 카페믹스'를 선보이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또 대상 청정원은 CJ제일제당과 오뚜기, 삼양, 사조해표가 힘싸움을 겨루고 있는 연 1100억 원대 '프리믹스(Pre-Mix)'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오뚜기가 70% 이상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즉석 카레 시장에는 일본 카레업체 MCC와 제휴한 매일유업이 '고베식당'이라는 브랜드를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은 영역 파괴의 영향으로 식품업체간의 전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③올해의 이슈 '통큰치킨'…"치킨 적정 가격은 얼마?"
롯데마트의 5000원짜리 '통큰치킨'은 올해 업계의 최대 이슈가 됐다. 치킨프랜차이즈업체들의 반발로 출시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판매를 접었지만 이후 서민들의 불만이 이어지면서 치킨가격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프랜차이즈업계는 통큰치킨의 가격이 원가에도 못 미친다며 대형 마트의 '미끼상품'임을 주장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싼 가격에 치킨을 먹을 권리를 잃게 됐다며 치킨프랜차이즈업체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한편 통큰치킨은 '얼리어닭터', '닭세권', '계천절' 등 다양한 패러디성 신조어를 만들어내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실감케 했다.
④'남자한테 참 좋은데'…천호식품 광고 '인기'
'남자한테 참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 올해 화제를 불러일으킨 천호식품 광고 카피다. 김영식 회장이 직접 광고에 출연,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풀어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어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너무 큰 인기를 끌어서인지 허위·과장광고 혐의(식품위생법 위반)로 기소돼 광고가 중단될 상황에 이르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한의학이 언급됐긴 했지만 제품 자체가 아닌 그 성분인 산수유에 대한 한의학에서의 객관적인 사실을 언급하고 있을 뿐"이라고 판시해 천호식품의 손을 들어줬다.
⑤국제 원당가 폭등 '지속'…가격인상 불가피
국제 원당(설탕의 원료)가격이 지난 1980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임에 따라 제당업계의 가격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브라질 작황 부진과 날씨영향 등으로 공급량이 부족해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원당 시세는 지난 11월 급격한 상승 이후 주춤했으나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점유율 50%를 차지하고 있는 CJ제일제당은 지난 24일 설탕 출고가를 평균 9.7% 인상했다. CJ제일제당이 설탕값을 전격 인상함에 따라 삼양사와 대한제당도 인상 시기와 가격 폭에 대해 자체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⑥오픈 프라이스 제도 도입 소비자 '불신' 유통업체 '반색'
올해 7월1일부터 오픈프라이스(개방형 가격)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제도 시행 이전에는 권장소비자가격을 통해 비교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가격 비교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따라서 대형마트, 백화점, 기업형슈퍼, 전통시장, 편의점 등에 따라 라면, 과자, 빙과류, 의류 가격이 천차만별로 달라졌다. 이 제도는 유통업체간의 경쟁을 촉진시켜 상품가격이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같은 상품이라도 유통업체별로 가격 차이가 드러나 알뜰 소비가 가능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대형마트를 비롯한 유통업체에게는 유리하지만 동네 슈퍼마켓 등 소규모 자영업자와 소비자들로서는 혼란이 불가피한 제도로 여겨지고 있다.
⑦식품업계, 컨버전스 마케팅 '봇물'
올해는 이종산업간의 제휴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마켓을 찾으려는 '컨버전스(convergence)' 마케팅이 인기를 끌었다. CJ제일제당 해찬들은 영화 된장을 제작지원을 진행했다. 된장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영화이니만큼 영화 관객을 해찬들 된장의 로열티 높은 관객으로 연계시키기 쉽다는 판단에서다. IT와 식품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QR코드(Quick Response Code) 도입이 대표적이다. QR코드란 격자 무늬 모양의 2차원 바코드로 기존의 바코드가 가진 용량의 한계를 가볍게 뛰어넘고 있다. 웅진식품은 모든 서울시내 버스 정류장과 버스 앞면에 자사의 QR코드를 붙였다. 크라운해태제과는과자 포장지에 QR코드를 도입했다. 오리온의 대표 브랜드 마켓오도 출시 2주년을 맞아 QR코드 '원래 그 맛을 찾다보니'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⑧우유가격 담합, 공정위 과징금 부과
공정거래위원회가 12개 우유업체의 가격 담합을 적발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88억원을 부과하자 낙농육우협은 공정위 조치에 우려를 표명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해당 12개 우유업체는 2008년 9~10월께 우유와 발효유의 가격을 올리기로 합의했다. 특히 이들 업체는 우유업체 모임인 '유맥회'에서 제품별 가격인상안을 서로 교환하고 가격 인상 여부와 시기, 인상 인상률 등을 협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낙농육우협회는 공정위의 조치에 대해 현재 낙농산업 상황을 고려할 때 188억원의 과징금 부과조치는 큰 타격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과징금 부과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⑨유해성 논란 끊임없는 'MSG', 모든 라면서 '퇴출'
47년 만에 유해성 논란을 빚고 있는 글루탐산나트륨(MSG)이 라면업계에서 퇴출되면서 올해는 '無 MSG' 원년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수년간 MSG를 첨가하지 않고 있던 농심과 삼양식품 등에 이어 한국야쿠르트도 올해 안에 모든 제품에서 MSG를 빼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한국야쿠르트는 화학조미료 MSG의 대체 원료로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며 대형마트에 납품하던 PB제품과 대표 라면인 왕뚜껑 팔도비빔면 등 MSG가 들어간 제품 모두에서 MSG를 빼고 생산키로 했다. 이에 따라 MSG가 들어간 라면은 모두 사라지게 됐다.
⑩쥐식빵 논란, "과연 사건의 진실은?"
크리스마스를 앞둔 지난 23일 국내 유명 제빵 프랜차이즈 업체는 쥐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들어간 식빵 논란으로 곤혹을 치렀다. 모 인터넷사이트에 털과 뼈 등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 이물질이 빵 속에 들어 있는 사진이 게재됐기 때문이다. 최초 게재자가 나타나지 않아 난항을 겪다 25일 사진을 올린 김 모씨가 서울 수서경찰서에 자진 출두하면서 사건 조사가 급물살을 탔다. 특히 김씨가 주변 지역 경쟁 프랜차이즈 업체의 주인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작극 의혹이 불거졌다. 하지만 현재 김 씨는 자작극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며, 경찰은 국과수에 해당 제품의 성분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올해가 가기 전 이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