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말 산업 '삼국지' 시대 열려
동아시아 경마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 중국, 일본의 말(馬)산업 삼국지(三國志)가 시작됐다.
최근 말 산업 전문 인력 양성 등을 포함한 '중국 천진 호스시티'의 웅대한 계획이 두바이의 투자회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나면서 한국 말 산업 관계자들을 긴장시켰다.
소문으로만 들리던 '중국 말 산업’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이미 중국 진출을 위한 사전준비를 모두 마쳤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어, 전문가들은 국내 말 산업 지원을 위한 정책지원이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3월28일 두바이의 부동산 개발회사인 '메이단 씨티 코퍼레이션'은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 천진 호스시티 합작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천진 호스시티는 두바이, 말레이시아, 중국의 4개 기업이 공동 투자하는 '중국 말 산업 육성 사업'으로 총투자규모가 40억 달러(한화 4조4천억 원)에 이른다.
천진 호스시티는 10개년 개발계획에 따라 진행되는데, 처음 5년(2011~2015)간은 말 산업 관련 대학, 말 생산기지, 사료공장, 경매시설, 호텔, 클럽하우스, 쇼핑센터, 승마파크 프랜차이즈 등 말 산업의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주력하고, 다음 5년(2016~2020)간은 천진 호스시티를 전 세계 말 산업의 중심으로 도약시키는 ‘말 산업 고도화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공산화 이후 경마 베팅을 금지했던 중국 정부가 이처럼 말 산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나선 것은 경마와 승마에 내재된 엄청난 부가가치에 눈을 떴기 때문이다.
중국에는 경마의 경제적 효과와 관련하여 유명한 ‘1-4-3 이론’이 있다. 이는 당국이 경마베팅을 허용하면 1천억 위안(한화 16조원)의 매출, 400억 위안(6조5천억 원)의 세수, 3백만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이론이다.
중국당국은 이 이론에 따라 경마베팅을 허용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고, 기업들은 천진에 말 산업 도시를 건설 중인 것이다.
중국의 웅장한 말 산업 육성 계획 뒤에는 조용히 실속을 챙기는 일본이 있다. 전 세계 경마매출 1위, 아시아 최고의 말 산업 국가인 일본은 이미 차근차근 중국 시장 진출을 준비해왔다.
작년 6월에 한국마사회를 방문했던 일본경마국제교류협회 고이케 나오아키 이사장(67)은 "일본은 1995년부터 중국 경마 시장을 조사했다"고 밝혀 마사회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고이케 이사장에 따르면 일본은 2008년에 중국 고위층 인사들에게 경마시행의 노하우를 전수했고, 고이케 이사장 본인도 중국 공산당 간부들에게 일본경마를 강의한 바 있다.
일본과 중국 공산당의 '경마 외교'는 이미 성공을 거둬 이제 일본은 경주마, 발매기, 발주기, 영상기기 등을 중국에 판매하는 구체적인 비즈니스를 물밑에서 진행 중이다.
한국은 경마가 사행산업으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며 말 산업이 빛을 보지 못했지만 2008년 김광원 회장이 부임하면서 승마를 포함한 말 산업으로 외연을 확대했다.
현재 마사회는 전국민 말타기 운동, 승마 전문 인력 육성 등에 나서면서 한국 말 산업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경마에 대한 규제는 강경하고 지원정책은 별로 없어 중국․일본과의 본격적인 경쟁에 나서기는 역부족이다.
한국마사회 국제화팀 나성안 차장은 "동아시아 말 산업 시장을 놓고 한ㆍ중ㆍ일의 패권다툼은 이미 시작됐다. 우리나라도 경마에 대한 해묵은 건전성 논란에서 벗어나 말 산업 육성법 제정 등 정책지원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