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는 세금폭탄, 골프는 세금감면(?)

2010-04-08     박생규 기자

흔히 경마는 서민들이 즐기는 레저이고, 골프는 중산층 이상이 즐기는 레저로 알고 있다.

실제로 골프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야만 시작할 수 있지만 100원부터 마권구매를 할 수 있는 경마는 서민계층이나 노인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서민적 오락이다.

하지만 경마와 골프에 대한 세금부과는 이와 정반대다. 경마에 대해서는 무지막지한 세금을 물리지만 골퍼들이 내는 세금은 미미하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경마팬 김모씨는 중소기업에서 연봉 2000만 원을 받는 서민이다. 주말을 맞아 전철을 타고 서울경마공원에 내려 8백 원을 내고 입장권을 샀다. 김 씨는 몇 만원씩 하는 놀이공원 입장료에 비하면 싸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가 낸 8백 원의 대부분은 세금이다.

경마공원 입장료에는 개별소비세 500원, 교육세 150원, 부가세 72원 등 총 722원의 세금이 포함돼 있다. 90%가 세금이다. 하지만 얼마 안 되는 금액이라 김 씨는 개의치 않는다.

김 씨는 첫 경주에 10만 원을 베팅했다. 그는 본전이 10만 원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미 1만6000원을 세금으로 납부한 상태다. 1만원은 레저세, 4000원은 교육세, 2000원은 농어촌특별세로 공제된다.

김 씨는 이날 하루 종일 열 경주 넘게 베팅하면서 따기도 하고 잃기도 하다가 결국 총 3만 원 정도를 땄다. 김 씨는 돈도 벌고 재밌게 놀았다고 좋아했다.

하지만 김 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날 30만 원 정도를 세금으로 냈다. 매 경주 마권 구매액의 16%를 꼬박꼬박 세금으로 냈고, 100배 이상의 배당이 났던 당첨금의 22%는 기타소득세로 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자신이 그 날 번 돈의 열 배를 세금으로 냈다는 사실은 알지도 못한 채 딴 돈 3만 원으로 소주나 한 잔 해야겠다고 좋아한다.

골퍼 박모씨는 지방도시에 빌딩을 몇 채씩 가지고 있는 자산가다. 그는 주말을 맞아 친구들과 충청권에 있는 골프장을 찾았다. 주말이라 골프입장료가 10만원 정도로 조금 비싸다. 하지만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지난 2008년 정부가 경기를 부양한다며 지방골프장의 그린피 세금을 감면해줬기 때문이다. 덕분에 박 씨는 골프장 입장 시 부과되던 개별소비세 1만2000원, 교육세 3600원, 농어촌특별세 3600원, 부가가치세 1920원, 관광진흥기금 3000원, 총 2만4120원의 세금을 안 내도 된다.

정부에서 골프장의 종부세, 재산세, 취득세도 깎아줘서 그린피는 3만 원이나 내렸다. 박 씨는 친구들이랑 내기골프도 치고, 캐디들 팁도 찔러주면서 하루 종일 신나게 놀았다. 하지만 수백 억대의 자산가 박모씨는 오늘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놀았다.

경마장에서 세금 30만 원 낸 김 씨는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마시고, 골프장에서 세금 한 푼 안 낸 박 씨는 룸살롱에서 양주를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