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괴로운 '며느리 의원' '명절 4중고'
2008-09-13 이현정
음식장만과 손님맞이, 쌓인 설거지 등 주부의 '명절 3중고'는 나랏일을 하는 이들이라고 해도 비껴가지 않아, 이들 여성의원들은 명절이면 국정과 지역현안을 챙기는 '명절 4중고'를 겪곤 한다.
어머니, 딸, 며느리 역할에 추석 민심까지 살펴야 하는 '며느리 의원'들은 추석 명절을 어떻게 보낼까.
맏며느리인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은 추석 연휴를 온전히 지역구 주민들을 만나고 음식장만을 하는데 쓸 계획이다. 명절 준비를 '진두지휘'해야 하는 이 의원에게 가족과의 달콤한 휴식은 없다.
연휴 첫 날인 13일에는 노인정과 복지시설을 돌며 주민들을 만나야 한다. 지역구가 서울 서초갑이라서 주민들이 한데 모이는 대규모 행사도 없으니 발품을 팔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추석음식 재료까지 사야 하니 이 의원에게 추석은 '슈퍼우먼'을 요구하는 날이다.
14일 추석 당일은 물론 15일에도 이 의원은 쉬지 못한다. 손님들 차 대접을 도맡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주부들에게 추석은 '죽음'인데 여기에 며느리, 지역구 의원까지 3중고를 감당해야 한다"며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도 추석 연휴 동안 재래시장과 소방서를 돌며 민심을 살필 계획이다. 대가족의 외며느리라 맏며느리 못지 않은 힘을 발휘해야 하지만 추석이 너무 짧아 실질적인 명절 준비는 엄두를 못내고 있다.
나 의원은 "추석에도 근무해야 하는 소방서를 위문 방문하고 주민들에게 정부가 서민들의 생활을 챙기려고 하는 부분을 적극 홍보할 계획"이라며 "연휴를 활용해 주민들과의 거리를 좁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구 때문에 추석 준비는 많이 못할 것 같다"며 "실은 일을 잘 못해 주로 설거지를 돕고 있다"고 귀띔했다.
18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첫 명절을 맞은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경기도 광주의 종군 위안부 할머니들과 명절을 보낼 계획이다. 추석 제사 음식 준비를 도맡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내기 어렵지만 틈틈이 해고 노동자들도 찾기로 했다.
최 의원은 "시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어 예전부터 음식 준비를 도맡아 해왔다"며 "이번에 큰 동서가 팔을 다쳐 제사상 준비는 내 차지가 될 것 같다"고 웃음을 지었다.
민주당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유정 의원은 당 업무 때문에 연휴를 포기했다. 형님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막내 며느리지만 이번 추석에는 할 수 없이 남편과 아이들만 시댁에 내려보내기로 했다.
김 의원은 "연휴 때면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시댁을 찾았는데, 처음으로 못 내려가게 됐다"며 "당사에서 연휴를 보내게 될 것 같다"고 한숨을 지었다.
김 의원은 서울역 귀성객 인사, 임진각 실향민 망향제, 소방서 및 사회복지기관 방문 등 추석민심을 살피기 위한 당 차원의 일정에 함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