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승 달성한 김양선 조교사 "2010년에도 신화는 이어진다"

2010-01-29     박생규 기자

2009년도 눈부신 활약을 펼쳤던 김양선 조교사(36조ㆍ54)가 개인 통산 700번째 우승을 일궈냈다.

700번째 우승은 현역 조교사 중 3번째 달성하는 것으로 신우철 조교사(34조)와 하재흥 조교사(35조)에 이은 대기록이다.

700승에 단 1승만을 남겨두고 출전한 지난주 토요일 경마에서 김양선 조교사가 경주에 내보낸 말은 ‘낙원’과 ‘불패기상’ 두 마리로, 두 마리 모두 우승가능성이 있는 마필이었다.

우선 ‘낙원’은 직전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해 상승세에 있는 마필이었으며 ‘불패기상’은 2009년도 그랑프리(GI) 준우승을 자랑하는 마필이었다.

하지만 6경주에 나선 ‘낙원’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9착으로 경기를 마쳤다.

김 조교사는 "경기가 잘 안 풀리네"라며 초조함을 비치기도 했지만 이어진 9경주에서 박태종 기수가 기승한 ‘불패기상’이 멋진 역전승을 일궈내며 자신의 700번째 우승이 완성되자 그제야 겨우 환하게 웃었다.

조교사 대기실에서 모니터를 바라보던 김양선 조교사는 동료들과 관계자들의 축하에 “부담중량이 좀 많아서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몰라”라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700승의 원동력은 36조 우리 식구들

김양선 조교사는 서울경마공원 주암마사 중앙에 위치한 36조를 관리하고 있다. 소속 마필관리사는 총 10명으로 2명의 조교보와 2명의 조교승인, 일반 마필관리사가 6명이다. 조교사와 마필관리사의 관계는 일반적으로 사장과 직원의 관계로 볼 수 있지만 여느 회사에서처럼 딱딱한 관계는 아니다. 물론 조교사가 업무지시를 하고 관리사들이 이를 수행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상하 수직적 조직으로 볼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마방에서 아직도 관리사들이 조교사를 어려워하고 조교사 또한 마필관리사들을 그저 직원으로만 대하는 게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양선 조교사의 36조는 여느 마방과는 다르다. 김양선 조교사 스스로가 36조는 ‘한 식구’리고 말할 만큼 관리사들과의 관계는 단순한 근로관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김양선 조교사는 ‘원활한 업무처리’와 ‘관리사들과의 친밀감’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마방일과가 시작되는 새벽부터 끝나는 오후까지 가급적 마방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 대면하는 시간과 횟수가 늘면 자연스레 가까워질 수 있다는 김 조교사의 평범한 지론이다. 다음으로 업무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정기적인 회의를 실시한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회의와는 차원이 다르다. 회의와 회식의 개념이 적절히 조화한 퓨전 회의로, 식사를 겸한 자리지만 잡담 등으로 회포를 푸는 대신, 경주마 훈련, 마방 운영에 관한 이야기 등 심도 있는 대화가 주를 이룬다.

한결 편해진 분위기에서 관리사들은 마방운영에 꼭 필요한 건의사항 등의 이야기를 쉽게 할 수 있고 조교사 또한 업무지시하기에 한결 편해졌다. 김양선 조교사 스스로 “마방의 화합이 ‘동반의강자’를 만들어냈다”고 말할 만큼 마방의 인화단결을 강조한 김양선 조교사의 판단은 주효했다.

◇작년이 최고의 해? 전성기는 아직 멀었어

김양선 조교사에게는 아픈 기억이 있다. 바로 2006년도에 불의의 사고로 경마장을 떠난 ‘지상보배’에 관한 기억이 그것이다. 2005년도에 2세마로 데뷔한 ‘지상보배’는 그해 신예마의 등용문인 헤럴드경제배 대상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2006년 부상 직전까지 6연승을 달렸던 마필이다. 앞길이 촉망받는 국산 신예마였지만 새벽조교 중 경주마에게는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다리에 부상을 당했다. 부상 이후 2개 경주에 더 출전했지만 결국 재기에 성공하지 못하고 경마장을 떠나고 말았다. ‘국산 최강자가 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던 ‘지상보배’의 몰락은 곧바로 36조 전체의 성적부진으로 이어졌다. 당시 잘 나가던 김 조교사는 2005년도 헤럴드경제배에서 우승한 후 3년간 타이틀경주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으며 2006년도에는 22승에 그치며 두 자리 승률도 지키지 못했다.

끝을 알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슬럼프는 ‘동반의강자’를 만나면서 멋지게 털어낼 수 있었다. ‘동반의강자’는 데뷔 이듬해인 2008년도에 3세의 나이에 그랑프리(GI)를 거머쥐며 당당히 서울경마공원 최강자 자리에 올랐다. 작년에 그랑프리 경주 2연패를 달성했고 올해 3연패에 도전할 계획이다.

김 조교사는 "슬럼프 끝에 다시 정상에 섰다. 어려울 때 보내준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최선을 다해 정상의 자리에서 오래 있겠다"고 자신 있는 포부를 밝혔다. 대다수 경마전문가들 역시 당분간 ‘동반의강자’의 독주체제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 경마전문가는 "경주마로 전성기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는 5세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그랑프리 3연패가 결코 허황된 이야기는 아니다"며 "아직까지 서울경마공원에서 ‘동반의강자’를 상대할 만한 괴물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