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루스코니는 伊 건강에 해로워"…로마서 10만명 언론자유 집회
2009-10-04 이남진
이날 로마의 포폴로 광장(Piazza del Popolo)에는 10만여 명의 시위 인파가 운집한 가운데, 이탈리아의 국기를 상징하는 녹색과 흰색 붉은 색 풍선으로 가득 찼다.
이들은 "스캔들에 휩싸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72) 총리가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날 집회는 이탈리아 기자연맹과 야당그룹, 좌파 무역노조 등이 주관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자신의 스캔들을 보도한 일부 방송기자들을 빗대 '불한당'이라고 표현한 것을 비꼬아 "우리는 모두 불한당이다"라는 배너도 눈에 띄었다.
이탈리아 기자연맹의 프랑코 시디 회장은 군중들에게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기자들을 핍박하는 행동을 중단하고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외쳤다.
집회 주최 측은 35만 명이 집회에 참여했다고 추산하고 있는 반면, 로마 시청은 6만명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AFP통신은 이번 집회에 10만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번 집회는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성(性) 스캔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총리가 이탈리아와 프랑스, 스페인의 언론들을 상대로 무더기 소송에 나서면서 불거졌다.
베를루스코니의 지지자들은 한발 더 나아가 정부가 공영방송의 수신료 지원을 전격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베를루스코니 일가의 미디어제국 '미디어세트(Mediaset)'가 소유한 이탈리아 중앙일간 '일 지오날레(Il Giornale)'는 최근 기사에서 "국영방송 라이(Rai)가 일주일에 7일은 '반(反) 베를루스코니' 보도를 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이탈리아 정부가 운영하는 라이를 제외한 민영방송 3곳은 미디어세트 소속이다.
일 지오날레의 국영방송 비판 기사는 라이 채널2 방송에서 돈을 받고 베를루스코니와 잠자리를 가진 여성을 2차례 스튜디오에 초대해 인터뷰를 하면서 나오게 된 것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인터뷰를 진행한 라이 채널2의 토크쇼 '아노제로(Annozero)'를 폐지하겠다고 위협하고 나서면서 방송사와 갈등이 빚어졌다.
약 700만명(시청률 29%)의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는 이 토크쇼는 지난 1일 총리와 잠자리를 한 파트리치아 다다리오를 두 번째로 초대해 인터뷰를 가졌다. 이후 정부는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한 기자들의 고용계약을 정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