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성 조교사, 23년 기수생활 끝내고 조교사로 전업

2009-08-28     박생규
▲ 환하게 웃고 있는 김혜성 조교사.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박생규기자 skpq@newsin.co.kr
【서울=뉴시스헬스】박생규 기자 = 김혜성 조교사(44)는 서울경마공원에서 지난 23년간 기수로 활동하다가 지난 8월 20일자로 서울경마공원 50조 마방을 대부받아 개업했다.

기수시절 그가 경주로에서 기록한 통산전적은 4708전 477승, 2착 551회로 승률 10.1%, 복승률 21.8%였다.

이같은 성적은 현역기수를 기준으로 박태종, 신형철 기수에 이은 통산 3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뚝배기형'으로 분류되는 김혜성 조교사

기수시절 김혜성 기수는 '뚝배기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느리면서 서서히 달궈지지만 결코 쉽게 식지 않는' 그의 성품과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한 경마전문가는 자신의 글에서 김혜성 조교사를 두고 '가마솥 같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는데 모두 같은 맥락이다.

실제 김혜성 조교사의 기수시절 성적을 살펴보면 쉽게 수긍이 간다. 동기생인 박태종, 김효섭 기수와 같이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매년 20승 정도를 기록해 꾸준하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해왔음을 알 수 있다.

쉽게 끓어오르지만 금세 식어버리고 마는 냄비와는 차원이 다른 뚝배기형 기수가 분명했다.

기수 시절을 회상하면 김혜성 기수는 행복하다. 그 이유는 기수생명에 위협을 느낄 만큼의 큰 부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수라는 직업의 특성 상 부상의 위협에 항상 노출되어 있기 마련인데 20년 넘게 말을 타오면서 큰 부상이 없었다는 것은 물론 큰 행운이었을지 모른다.

조교사 데뷔를 1년여 두고 무릎수술을 받은 게 기수시절 가장 큰 부상이었지만 수술 후유증으로 최근 1년 동안 기승하지 못한 부분은 그가 아직도 아쉽게 생각하는 대목이다.

◇기수시절 찰떡궁합 '쾌도난마' 그 자마들과 영광 재현할 수 있을까?

김 조교사가 기수로 행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바로 2007년 은퇴식을 치르고 경주로를 떠난 '쾌도난마'와의 만남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혜성 조교사는 '쾌도난마'가 신마 때부터 조교를 도맡아보며 줄곧 함께 호흡을 맞춰왔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대상경주 우승기록 8회 중 5회가 '쾌도난마'와 함께 만들어낸 것이니 그 인연이 어찌 각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러한 인연으로 지난 2007년도 '쾌도난마'의 은퇴식 때 김혜성 조교사는 '쾌도난마'의 등에 올라타 고별질주를 하기도 했다.

이후 '쾌도난마'는 제주도 목장에서 씨수말로 활동하고 있는데 금년도에만 5두의 자마가 태어나 수년 뒤에는 '쾌도난마'의 피를 물려받은 직계자마들이 경주로를 내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조교사가 된 그에게 '쾌도난마'의 자마들은 어떤 의미일까? 김 조교사는 조심스럽게 '쾌도난마'의 자마들에 대한 욕심을 비친다.

"'쾌도난마'는 기수시절 나와 찰떡궁합이었기 때문에 그 자마들을 관리할 수 있다면 왠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기수와 조교사로 최고의 궁합을 보여줬던 김혜성 조교사와 '쾌도난마'의 찰떡궁합 제2막이 열릴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볼 일이다.

◇지금까지처럼 경주로에서 최선을 다할 것

신인 조교사로써의 포부나 목표를 묻자 한참을 고민하던 김 조교사는 대뜸 "너무 빤한 질문 아니냐"며 "신인조교사야 당연히 첫 승을 빨리 올리고 좋은 마필들 많이 받아서 명문마방을 만드는 게 공통된 꿈 아니겠냐"고 말하면서 "지금 내가 언제까지 첫 승이 목표다, 일 년 내에 몇 승을 거두겠다는 식의 말을 하면 그야말로 거짓말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극히 솔직하면서도 당연한 대답이었지만 그의 진정성에 높은 신뢰감이 간다.

이어 "현재 5두의 마필로 시작하는 마방살림에서 알 수 있듯 나의 숙제는 마필수급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있겠나? 지금 있는 자원을 가지고 무엇인가 보여주면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해 나름의 복안이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또 지금까지 기수로 살아오면서 팬들의 사랑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면서 "이제 기수는 은퇴를 해 주로에서 경마팬들을 뵐 수 없지만 지금처럼 꾸준한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조교사 데뷔의 변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