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형 전 군첩사령관 "윤석열 전 대통령, 비상대권 조치와 계엄 언급"

2025-11-24     석동혁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첫 공판에 출석해 있다. 2025.09.26.

[뉴스인] 석동혁 기자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비상대권 조치와 계엄을 언급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말한 것에 대해 예의가 없다고 생각해 무릎을 꿇었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24일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의 속행 공판을 열었다. 이날은 여 전 사령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여 전 사령관은 12·3 비상계엄 선포 전 계엄 대비 문건을 보고받고 포고령 초안 작성 등에 관여하며 계엄을 사전에 준비하는 등 이른바 '계엄 행동대장' 역할을 수행한 인물이다.

여 전 사령관 증언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5월 또는 6월경 삼청동 안가에서 윤 전 대통령 및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저녁 식사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윤 전 대통령은 시국을 걱정하며 비상대권 조치나 계엄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고 증언했다는 것이 여 전 사령관의 증언이다.

특검팀은 여 전 사령관에게 "해당 모임에서 피고인이 시국을 걱정하면서 비상계엄 대권 아니면 나라를 정상화할 방법 없는지 발언한 적 있느냐"고 물었다.

여 전 사령관은 "2024년 1월1일부로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폐지됐고 국정원이 관할하던 여러 사건이 경찰이나 방첩사 쪽으로 이관되던 상황"이라며 "두 번째는 방첩사가 자체적으로 군 관련 대공수사를 하던 게 있어서 대통령이 검찰총장하셔서 그런지 모르지만 그런 부분에 관심이 많으셨다"고 답했다.

이어 "대공수사와 관련해 말씀드린 기억이 있고, 국정원에서 여러 사건들이 경찰이나 방첩사로 이관되던 진행 경과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간 것으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피고인이 발언을 하고 대화 모임에서 듣던 증인이 피고인에게 계엄 생각하지 말라고 무릎을 꿇은 적이 있느냐"고 질문했다.

여 전 사령관은 "대통령이 감정이 격해졌는데 헌법이 대통령에게 보장한 비상대권 조치, 그런 말도 했다. 그 와중에 계엄도 나왔다"며 "제가 속으로 통수권자이신데 계엄에 대해서 어떤 상황에 있고 인식을 갖고 있고 훈련이 준비돼 있고 이런 걸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군이 전시이든 평시이든 어떤 상태인지를 일개 사령관이지만 정확히 말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잘못 알고계시면 안 되겠다고 해서 제가 군의 실태를 말했다"며 "군은 전시든 평시든 제가 군 생활을 30 몇 년 했는데 계엄 훈련 한 번도 안 해봤다, 군이 왜 안 하냐면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육군 30만명 중에 계엄에 동원될 사람 없다, 다 전방 가서 전투하기 바쁘다, 사회 질서 유지? 누가하느냐, 그런 실태를 말했다"며 "전시도 그럴진대 평시에 무슨 계엄을 하느냐, 훈련 해본 적도 없고 한 번도 준비한 적이 없다, 아무리 헌법이 보장한 계엄이라고 해도 군은 불가능하다는 실태를 말씀드린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왜 무릎을 꿇었을까… 일개 사령관인데 무례한 발언을 했구나 하는 생각했다. 술도 한, 두잔 들어가서 말한 것"이라며 "전시든 평시든 군은 계엄 훈련해본 적 없다. 이 문제는 여러 번 곱씹을 만해서, 저에게도 충격적이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