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지중해의 숨은 보석, 사르데냐에서 만난 순풍의 성모와 작은 기적”
칼리아리 해안의 보나리아 성모 성당에서 경험한 신비로운 하루, 낯선 섬이 특별한 기억으로 남다
[뉴스인] 정영훈 여행전문 칼럼니스트 = 가우디에 대한 여운을 뒤로하고 지중해를 가로질러 도착한 곳은 이탈리아 사르데냐의 칼리아리항이다. 사르데냐 섬은 지중해에서 시칠리아에 이어 두번째로 큰 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비교적 덜 알려진 섬이다.
사르데냐는 여러가지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섬이다.
먼저 이탈리아령 섬임에도 불구하고 고유의 사르데냐어가 있다. 그런데 이 언어는 이탈리어어의 사투리가 아닌 전혀 성격이 다른 언어라고 한다. 고대 유럽의 로망스 어군의 고어에 해당한다고 한다. 달리말해 원주민들의 삶이 외부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잘 보전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르데냐 사람들의 이탈리아에 대한 소속감도 크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 또 반전인 것인 1861년 지금의 통일 이탈리아를 완성시킨 주인공이 사르데냐라는 것이다. 당시 사르데냐 왕국의 빅토리오 임마누엘레 2세가 남부 시칠리아에서 봉기한 쥐세페 가리발디와 힘을 합쳐 이탈리아를 통일시켰고, 가리발디의 양보로 초대 통일 이탈리아의 국왕으로 샤르데냐의 빅토리오 임마누엘 2세가 되었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사르데냐 라는 어원과 관련이 있다. 지중해 바다는 바다로 유입되는 큰 강이 별로 없어 영양분의 부족으로 물고기가 별로 없다. 따라서 지중해 연안에는 어항이 발달한 곳이 드물다. 그런데 사르데냐 섬 인근해에는 정어리(sardin)가 많이 잡힌다고 한다. 그래서 섬의 이름도 사르딘(정어리)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세번째 특징은 장수하는 섬으로 유명하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장수촌은 여러 곳이 있는데 이곳 사르데냐 섬은 남자들이 장수하는 섬으로 유명하다.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통밀로 만든 빵을 주식으로 하면서 생선을 많이 먹고, 향산화 성분이 높은 것으로 유명한 사르데냐산 레드와인을 반주로 먹고, 마지막으로 사르데냐 산지에서 방목으로 키우는 염소고기를 많이 먹기 때문이라고 한다.
네번째 독특한 점은 사르데냐섬의 천일염 염전이다. 생뚱맞게 웬 염전인 가 할지 모르나 유럽에서는 천일염이 드물다. 대부분 암염을 구해 사용한다. 그런데 사르데냐에는 유럽에서는 희귀한 천일염 염전이 있다. 그리고 염전에는 아프리카에서 날라온 분홍색 플라멩고 (홍학) 의 집단 군락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성수기에는 엄청난 규모의 플라멩고떼가 장관을 이룬다.
이러한 독특한 특징을 지닌 사르데냐섬 해안가 염전지대를 지나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보나리아 성모 성당"이다. 1370년경 스페인에서 출발한 선박이 사르데냐 섬 인근을 지날때 엄청난 폭풍우를 만나 침몰 위기에 처했다. 선장은 침몰을 막기위해 배안의 모든 물건을 버렸고, 마지막에 커다란 나무상자를 바다에 던졌는데 놀랍게 그 순간 바다가 잔잔해졌다고 한다. 사르데냐 섬 해안가에 밀려온 나무상자를 인근 수도원의 수사들이 와서 열어보니 성모님이 한 손에는 아기예수를 안고, 다른 손에는 촛불을 켜져 있었다고 한다. 성모님과 아기예수 상은 수도원으로 옮겨졌고, 그때부터 그 곳은 "보나리아 성모 성지(Shrine of Our Lady of Bonaria)"로 불리우며 "순풍의 성모", 항해자들의 수호성인"으로 모셔졌다고 한다.
보나리아 성모 성당의 중앙제단 뒤로 올라가면 바로 그 성모님상에 직접 봉헌할 수 있다. 봉헌 뒤에 제대 뒷편으로 가면 항해자들의 수호성인을 모신 성당답게 수많은 범선 모형이 전시되어 있고 노신부님이 원하는 방문객들에게 축복을 해주시고 있었다.
보나리아 성모 성당은 2008년 베네딕도 16세 교황님에 이어 2013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방문하였던 중요한 성당이다. 당연히 사르데냐 칼리아리의 수호성인은 보나리아 성모님이다. 또한 남미의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역시 수호성인으로 보나리아 성모님을 모시고 있다고 한다.
오늘 우리 일행은 이곳 보나리아 성모 성당에서 작은 기적을 보았다. 성당에 들어가기전에는 비가 오는 잔득 흐린 날씨였다. 그런데 성당 내부에서 현지인들의 미사에 같이 참여하고 보나리아 성모님에게 봉헌하고 노신부님에게 축복을 받고 성당 밖으로 나오니 너무나도 화창한 파란하늘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적으로 여기가 천국인 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주변의 모든 것이 너무 찬란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작은 신비로운 체험을 한 이후 몬테 우르피노 공원으로 이동하였다. 칼라아리항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비가 온 뒤의 더 할 수 없이 청명한 파란 하늘에 비친 칼리아리 시내와 항구는 빛나고 있었다. 적어도 우리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그 속에서 하늘을 나는 듯한 느낌을 일행 모두가 받았다.
알 수 없는 천상의 기분을 체험한 뒤 칼리아리 구시가지의 역사지구를 찾았다. 웬지 천국에서 속세로 내려온 기분이었다.
14세기 스페인 지배시기에 만들어진 성벽을 기반으로 19세기에 리모델링을 한 성 레미요새(Bastion of Saint Remy)가 멋진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이어서 중세시대 분위기의 골목길을 지나면 칼리아리 대성당과 1305년과 1307년 스페인의 침략에 대비하여 이탈리아 피사인들이(피사 공국) 만들어놓은 "산 판크라치오 탑"과 "엘리펀트 탑"도 볼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엘리펀트 탑에는 작은 코끼리 조각상이 있는데, 당시 피사 공국의 상징이 코끼리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길지 않은 짧은 시간 동안의 사르데냐 칼리아리 방문이었지만 인상깊은 하루였다. 알 수 없는 인도로 이 곳 사르데냐 보나리아 성모 성지를 방문하게 된 것 같았고, 보나라아 성모 성당을 들어가기 전과 나온 뒤의 변화는 단순한 날씨변화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신비로운 감정변화 체험을 하였기 때문이다.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같이 간 모든 일행들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다. 기분좋은 하루, 특별한 느낌의 하루였다. 낯설었던 사르데냐가 특별한 사르데냐로 바뀐 하루였기 때문이다. 좋은 기억을 가지고 다음 행선지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