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헌의 스코틀랜드이야기

런던한국영화제 20주년, 문화는 계속된다

2025-10-02     김효헌

[뉴스인] 김효헌 =20회를 맞은 런던한국영화제, K-영화가 영국을 물들이다

글로벌 K-콘텐츠의 열풍 속에서, 한국 영화의 진정한 저력이 다시 한 번 국제 무대에 선보인다. 오는 11월, 런던한국영화제(London Korean Film Festival)가 20주년을 맞아 성대한 막을 올린다. 동시에 광복 80주년을 기리는 특별 상영전도 함께 열린다. 단순한 영화제 이상의 상징성을 지닌 이 두 행사는, 오늘날 한국 문화의 확장성과 깊이를 보여주는 하나의 문화적 선언이라 할 만하다.

 

 

"소리 없이 강하게"… 한국 영화의 힘

20회라는 숫자는 결코 가볍지 않다. 런던이라는 세계 문화의 중심에서 20년간 한국 영화를 소개해왔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도 K-콘텐츠의 저력을 입증한다. 특히 올해는 신작과 여성 영화, 그리고 시대를 꿰뚫는 역사 영화까지 장르와 시선이 다양하다.

개막작 <흐린 창문 너머의 누군가>는 서울 서촌을 배경으로 한 옴니버스 영화로,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반면 폐막작 <하얼빈>은 안중근 의사의 의거를 그린 작품으로, 영화제의 시작과 끝이 감성과 역사라는 두 축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인상 깊다.

 

여성의 목소리, 그리고 한국형 초능력까지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여성 영화 섹션과 장르적 실험이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큐레이션한 3편의 여성 영화는, 한국 여성 감독들의 날카로운 시선과 따뜻한 통찰을 담아낸다. 여기에 강형철 감독의 <하이파이브>는 한국형 초능력 히어로물이라는 신선한 시도로 관객과 만난다.
한국 영화가 이제 단순히 잘 만든 영화가 아니라, 새로운 장르를 선도하는 창의성의 무대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광복 80주년, 영화로 돌아보는 ‘저항의 서사’

한국영화제와 함께 열리는 광복 80주년 특별전은 그 의미가 깊다. <영웅>, <동주>, <YMCA 야구단>, 그리고 이만희 감독 50주기를 기리는 <쇠사슬을 끊어라>까지 — 이 작품들은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닌, 지금 우리가 왜 ‘자유’와 ‘기억’을 되새겨야 하는지를 영화로 묻는다.

특히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쇠사슬을 끊어라>의 연결은 한국 영화의 세대 간 영향력과 전통을 다시금 조명한다.

K-소프트 파워의 진정한 얼굴

주영한국문화원의 선승혜 원장은 이번 영화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국 영화의 다양성은 K-컬처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갑니다. 인간과 삶에 대한 사랑의 이야기가 한국 미학의 저변에 흐릅니다.” 이는 곧, K-콘텐츠가 단순히 인기나 흥행을 넘어 인간성과 문화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힘을 가졌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국 영화는 지금, 세계 무대에서 조용하지만 뚜렷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런던에서 열리는 이 영화제는 단순한 행사 그 이상이다.
그것은 곧, 한국이라는 문화가 세계와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창(窓)이다. K-드라마와 K-팝을 넘어서, 이제는 K-시네마가 세계인의 가슴을 두드리고 있다. 지금 이 순간, 한국 영화는 단순히 ‘상영’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 문화 속에서 ‘공감’되고 ‘기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