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에 우리의 운명과 국가의 명운을 맡길 수 있는가?

2025-10-01     김명곤 논설위원
김명곤 논설위원. ((사)바른선거시민모임 중앙회장).

[뉴스인] 김명곤 논설위원 = 대한민국 사법부가 흔들리고 있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헌법 제103조의 선언이 무색하게, 사법부를 향한 국민의 불신과 비판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정치적 격변의 한가운데서, 혹은 국민의 법감정과 동떨어진 판결이 나올 때마다, 사법부는 어김없이 논란의 중심에 선다. '정의의 최후 보루'라는 신성한 이름 대신 '정치적 재판', '고무줄 잣대'라는 뼈아픈 비판이 쏟아지는 오늘의 현실은 우리에게 사법의 본질적 가치와 역할을 묻게 한다.

정치의 바람에 흔들리는 '독립의 저울'

사법부 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단연 '사법의 정치화'가 꼽힌다. 주요 정치적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재판이 있을 때마다, 판결 결과는 법리적 논쟁을 넘어 정치적 진영에 따라 극단적인 찬사와 비난으로 갈린다. 판사는 판결문이 아닌 정치적 성향으로 평가받고, 사법부 전체가 이념적 편향성의 의심을 받는 악순환이다.

최근 단행된 주요 인사 관련 판결들은 이러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특정 판결을 두고 여권에서는 '사법 쿠데타'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는가 하면, 야권에서는 '사법 정의가 살아있다'며 환호했다. 이처럼 동일한 사안을 두고도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현실은 사법부의 독립성이 얼마나 위협받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판사 개인의 정치적 신념과 판결을 직접 연결 짓는 것은 섣부른 일반화일 수 있다. 그러나 재판 절차의 이례적인 신속성이나, 판례와의 정합성이 모호한 법리 적용이 반복된다면 국민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기 어렵다. 사법부가 스스로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원칙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재판이 아닌 정치를 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국민의 눈높이와 멀어진 '정의의 눈'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비단 정치적 사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민의 법감정과 현저한 괴리를 보이는 판결들 역시 사법 불신을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아동 성범죄, 음주운전, 산업재해 등 국민적 공분이 큰 사건에서 가해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다고 느껴질 때, 국민은 사법부가 과연 누구를 위한 정의를 실현하고 있는지 묻게 된다.

물론 현대 형사사법 체계가 요구하는 증거재판주의와 법관의 양형 기준을 무시할 수는 없다. 국민의 법감정이라는 것이 때로는 감정적이고 즉흥적일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법이 현실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동의하기 어려운 판결이 반복된다면 이는 더 이상 '법과 현실의 괴리'라는 말만으로는 설명이 안된다.

이는 사법부가 국민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부족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판결문에 담긴 복잡한 법리를 대중의 눈높이에서 친절하게 설명하고, 왜 그러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는지 사회적 공감을 얻어내야 한다. 국민참여재판의 확대 등 사법 과정에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려는 노력이 있지만, 아직은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무너진 신뢰, 개혁의 길을 묻다

사법부의 독립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가치다. 외부의 어떠한 압력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사법부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다.

그를 위한 진정한 사법 개혁은 외부가 아닌 사법부 스스로의 뼈를 깎는 성찰과 노력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재판 지연 문제 해소, 전관예우 근절, 양형 기준의 합리적 재정비 등 내부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나아가 국민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닫힌 법원의 문을 활짝 열고, 재판 과정의 투명성을 높여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사법부의 저울은 이미 한쪽으로 기울었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이 저울의 균형을 되찾는 길은 멀고 험난할 것이다. 그러나 그 길을 외면한다면, 우리 사회의 정의와 법치주의 역시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사법부가 스스로 권위를 되찾고 국민의 신뢰라는 굳건한 반석 위에 서기 위한 용기 있는 결단과 실천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