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빙하의 심장으로 들어가다...알래스카 글레이셔 베이의 하루

지구 온난화가 새긴 흔적, 눈부신 푸른 빛의 장엄한 무대에서 만난 대자연의 웅장함

2025-09-26     정영훈 여행전문 칼럼니스트

[뉴스인] 정영훈 여행전문 칼럼니스트 = 알래스카 크루즈 여행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글레이셔 베이 국립공원(Glacier Bay National Park & Preserve)에 도착했다. 아직 어둠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오전7시경 글레이셔 베이 국립공원 입구에 들어서고 있다는 선내방송이 나왔다. 국립공원 레인저(Rainger)가 탑승했다는 방송도 들린다. 평소와 다르게 크루즈 선내의 움직임도 아침부터 부산스러운 모습이다. 선사에서 제공한 글레이셔 베이 해상 투어 일정표에 따라 좋은 자리를 미리 선점하려는 듯한 모습 들로 보인다.

현재 미국에는 400여개 이상의 국립공원관리청이 관리하는 국립공원, 보호구역, 역사지구, 자연경관지구 등이 있다고 한다. 그 가운데에서 글레이셔 베이 국립공원은 지구상에 둘도 없는 매우 특별한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광활한  산림과 만과 해변 그리고 웅장한 산, 그리고 다른 곳에는 없는 빙하의 바다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레이셔 베이 국립공원은 명성과 지명도에 비해 미국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시점은 비교적 늦은 시기라 할 수 있는 1980년에 이루어 졌다. 미국 최초의 국립공원인 엘로우 스톤 국립공원이 1872년에 지정된 것을 감안하면 조금이 아니라 한참 늦어진 것 같다. 지정이 늦어진 이유는 아마 알래스카라는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는 고립된 지역에 위치하여  교통여건이 크게 개선되기 전까지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글레이셔 베이가 그냥 방치된 것은 아니고 1925년 캘빈 쿨리지 대통령 시절에 국립 기념지구(National Monument)로 지정되었다가, 1980년 지미 카터 대통령 시절에 비로서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것이다.

최근 들어 글레이셔 베이 국립공원이 인기있는 핫 플레이스로 자리잡은 이유는 가장 드라마틱하게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로 보인다. 전문가들의 연구에 의하면 글레이셔 베이에 빙하가 가장 크게 확장된 시점은 1750년대로 추정하고 있다. 그로부터 45년후인 1794년에 조지 벤쿠버(George Vancouver)선장이 방문하여 글레이셔 베이 빙하의 최초 크기를 확인했다고 한다.

이어서 1879년 미국의 식물학자 존 뮤어(John Muir)의 방문조사에 의해 벤쿠버 선장이 방문했을 때 보다 40마일 이상 후퇴했음을 확인했다. 현재는 1750년의 최대 크기 대비 무려 65마일 정도 후퇴하였다고 한다. 온난화기였던 1680년대의 원주민인 틀링깃(Tlingit)족들의 여름 사냥터  시절보다도 더 후퇴한 모습이다.

글레이셔 베이의 대표적인 빙하로는 마조리 빙하(Margerie Glacier),  존스 홉킨스 빙하(Johns Hopkins Glacier),  램펄지 빙하(Lamplugh Glacier)  그리고 그랜드 퍼시픽 빙하(Grand  Pacific Glacier)등이 있다. 투어는 크루즈를 타고 이들 지역을 천천히 선회하며 관람하는 방식이다.

빙하를 관찰하는 과정에서 운이 좋으면 빙하가 갈라져 바다로 떨어지는 칼빙(Calving)이라는 현상도 볼 수 있다. 만약 본다면 1년간 운수대통이라고 한다.

더불어 이곳에 서식하는 동물들도 볼 수 있는데  혹등고래, 범고래, 해달 등이 단골 손님이라고 한다. 이들이 나타나면 크루즈 선내방송을 통해 위치를 승객들에게 알려주어 모두에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번 여행에서는 운 좋게 해달 두 마리가 작은 빙산조각 주변에서 유영하는 장면을 포착했다. 순간 포착이었지만 귀중한 순간이었다.

오래전 정상부근에 내린 눈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빙하가 세월의 힘에 의해 밀리고 밀려 바다와 접하는 마지막 순간에 다다른 빙하의 모습은 참으로 장엄하다. 순백의 얼음속에 파랗다 못해 파란 빛을 내뿜는 자태는 우리의 시선을 끌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죽음을 앞둔 비장함 보다는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 직전의 영광스럽 모습처럼 보인다.

이제 글레이셔 베이의 순회 일정을 마치고 배는 서서히 만을 빠져 나가고 있다. 온세상이 흰색과 파란색으로 넘쳐나는 하루였다. What a wonderful 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