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헌의 스코틀랜드 이야기

2025-09-19     김효헌

[뉴스인] 김효헌 =다시 주목받는 금: 흔들리는 달러, 정치화된 연준, 그리고 안전자산의 귀환

올해 들어 금값은 40% 이상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인 온스당 3,600달러를 돌파했다. 단순한 기술적 반등이 아니다. 지금 금값 상승은 세계 경제 시스템에 대한 신뢰 붕괴의 경고음이자, 안전자산으로서의 금의 귀환을 알리는 신호다.

이제 시장은 묻고 있다.
“달러는 여전히 안전한가?”
“연준은 독립적인가?”
그리고 많은 자본은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금(Gold)**으로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와 연준: 중앙은행의 정치화가 불러온 파장

이번 금값 상승의 배경에는 단순한 인플레이션이나 금리 문제가 아닌, 정치의 금융 개입이라는 중대한 이슈가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결정에 대해 수차례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연준 이사 교체 시도와 같은 행보는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 훼손으로 이어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정치화된 연준은 더 높은 인플레이션과 약한 달러, 불안정한 금융시장을 초래할 수 있으며, 금값이 최대 5,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단순한 예측이 아니라, 현재의 정치 리스크가 금융 시스템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약한 고용, 강한 금리 인하 기대… 금을 밀어 올리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고용지표는 8월에 고작 2만2천 개의 일자리 증가라는 실망스러운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이후 최고 수준의 실업률과 함께 시장에 충격을 줬고, 올해 3차례 이상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장이 빠르게 반영하는 계기가 되었다.

MUFG의 김수진 애널리스트는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금값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여전히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 금은 안전자산으로서 강한 수요를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수요, 중국의 ‘금 사랑’, 그리고 민간 자금 이동

중국 인민은행은 10개월 연속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으며, 이는 달러 탈피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금 매입 규모는 2011~2021년 평균의 두 배 수준이다.
민간 투자자 역시 미국 국채의 수익성 하락을 피하고자 안전자산으로 자금을 이동시키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국채에 투자된 자금 중 단 1%만 금으로 이동해도 금값은 5,000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광 기업의 실적도 ‘황금빛’

금값 상승은 단순한 자산 가격 상승을 넘어서 광산업체의 실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Pan African Resources는 주가가 2배 이상 상승, 본시장 이전 계획을 발표했으며, 금 생산량도 대폭 확대 중이다.

Endeavour Mining 역시 주가가 90% 이상 상승, 금 생산업체 전반에 강한 모멘텀을 불어넣고 있다.

결론: 금은 더 이상 “옛날 투자”가 아니다

한동안 금은 "위기 때만 반짝하는 옛 자산" 정도로 치부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정치 리스크가 통화 정책에 침투하고,

고용 시장은 흔들리고 있으며,

달러는 과거만큼 절대적이지 않다.

그 속에서 금은 다시 ‘진짜 화폐’이자 최후의 가치 저장 수단으로 귀환하고 있다.

이제는 묻는 쪽이 아니라, 준비하는 쪽이 유리할지도 모른다.
금값의 상승은, 단지 금만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