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원자력 발전소에 66조 투자
- 김효헌의 스코틀랜드이야기
[뉴스인] 김효헌=영국의 ‘사이즈웰 C’ 원전 건설: 기후위기와 에너지 독립을 향한 고비용 도전
영국 정부가 380억 파운드(약 66조 원)를 투입해 새 원자력 발전소 ‘사이즈웰 C(Sizewell C)’ 건설을 공식 승인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전력 생산 시설을 넘어, 영국의 미래 에너지 전략과 기후 정책의 핵심을 상징하는 상징적 사업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 사업은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비용 부담을 전가하는 구조를 갖고 있어 논란도 적지 않다. 이에 필자는 사이즈웰 C 프로젝트의 구조와 영국이 왜 다시 원전에 투자하는지 그 배경을 들여다본다.
사이즈웰 C 원전 : 고비용 고수익의 구조
사이즈웰 C는 현재 서퍽 해안에 위치한 기존 원전인 사이즈웰 B 옆에 지어질 예정이다. 총 용량 3.2GW, 약 6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으며, 60년 이상 연중 90%의 안정적인 가동률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비용과 구조에 있다. 정부는 가계에 이번 가을부터 약 10년간 월 1파운드씩 추가 전기요금을 부과해 건설비를 지원하게 하고, 이후 발전소가 운영에 들어가면 민간 투자자에게 수익을 보장하기 위한 추가 비용도 부과될 수 있다. 건설 예산이 477억 파운드를 초과하면, 초과분은 국민 세금으로 충당된다.
이는 ‘규제 자산 기반(RAB, Regulated Asset Base)’이라는 모델을 통해, 민간 투자자가 건설 중에도 수익을 보장받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런 방식은 투자자에겐 매력적이지만, 공공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시민사회 단체들의 반발도 크다.
영국은 왜 다시 원전을 택했나?
영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탈석탄’과 ‘탄소중립(2050년 Net Zero)’을 향해 달려오고 있다. 풍력과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 확대도 병행되고 있지만, 이들은 간헐성(출력의 불안정성) 문제를 안고 있다. 밤이거나 바람이 불지 않으면 전력이 생산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안정적인 '기저 부하 전력(Base-load power)' 을 공급할 수 있는 원자력은 필수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현재 영국 내 대부분의 기존 원전은 2030년 전후로 폐쇄될 예정이라, 그 대체 수단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수입 가격이 폭등하면서, 영국은 에너지 안보(Energy Security) 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자국 내에서 연료 의존 없이 장기간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원자력은 정치적 독립과 경제적 예측 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미래를 위한 투자일까, 세금 폭탄일까?
정부는 사이즈웰 C가 장기적으로 연간 20억 파운드의 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조건부 추정’일 뿐, 실제 가동 이후 가계에 미칠 전기요금 영향은 아직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게다가 앞서 승인된 힝클리 포인트 C는 2016년 승인 당시 180억 파운드였으나, 현재 무려 480억 파운드까지 치솟았고, 완공은 2031년으로 늦춰진 상태다. 이러한 전례를 고려하면, 사이즈웰 C 역시 예산 초과 가능성이 크며, 그 부담은 결국 국민 몫이 될 수 있다.
사이즈웰 C는 분명히 기후 위기와 에너지 안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영국의 의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 방식이 공공 부담을 민간 수익 보장에 활용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사회적 합의와 투명한 정책 설명이 절실하다.
한국 역시 에너지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영국의 사례는 원자력의 장기적 활용과 그 비용 분담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우리는 에너지의 미래를 단순한 ‘기술’이 아닌 ‘사회적 선택’으로 바라보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