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자녀 취미 활동에 £150,000(2억 7천) 들었다
김효헌의 스코틀랜드이야기
[뉴스인] 김효헌 =요즘 한국에서도 자녀 교육비에 대한 고민은 끝이 없습니다. 학원, 영어, 피아노, 태권도, 코딩… 그리고 주말에는 수영이나 미술까지. 부모라면 누구나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 영국 부모들이 겪은 자녀 취미 활동의 비용 문제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영국 포츠머스에 사는 수전 보너 부부는 자녀 세 명의 음악 교육을 위해 5세에 음악교육을 시작해서 성인이된 지금까지 약 15만 파운드(한화 약 2억6천만 원)를 지출했습니다.
이 가정의 세 자녀는 모두 최소 두 개의 악기를 8급 또는 디플로마 수준까지 배웠고, 피아노, 클라리넷, 유포니움, 타악기 등 다양한 악기를 섭렵했습니다.
보너 씨는 “이 정도로 비용이 들 줄 알았다면 시작도 못했을 것”이라면서도, 결과적으로 자녀들이 수학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내며 음악 교육이 인지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었다고 평가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세 자녀 모두 현재는 전문 연주자가 아니며, 음악을 '할 수 있는' 수준일 뿐이라는 점에서 과연 그만한 투자가 누구에게나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이 남습니다.
이 사례는 극단적일 수 있지만, 사실 영국 전역에서도 자녀 교육 및 취미 활동에 드는 비용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영국 부모의 77%는 자녀의 취미 활동에 돈을 지출하고있습니다.
스포츠 중에서는 하키가 가장 비싸며(연 £460), 그 뒤를 댄스(£395)가 따릅니다.
약 32%의 가정은 예산 문제로 일부 활동을 줄였다고 답했습니다.
두 자녀를 둔 안나 어머니는 수영, 연극 학교, 스카우트, 노래 수업 등을 자녀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매달 약 300파운드를 지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연극 학교에서 디즈니랜드 파리로의 2박 3일 여행을 제안받았을 때, 3,000파운드(약 5백6십만원)가 들어가는 것을 보고 과감히 포기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지만, 모든 걸 다 해줄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또 다른 사례로, 10세 소녀 에밀리는 1년 전 체조를 시작했지만 재능을 보이며 주 4회 훈련에 대회까지 참여하게 되었고, 수업료뿐 아니라 유니폼 비용, 대회 참가비, 교통비까지 포함해 어머니는 매달 약 £220 이상을 지출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우리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이러한 비용이 과연 모든 가정에게 감당 가능한가?" "그리고 그 결과가 반드시 보장되는가?"
이런 고민은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양상은 조금 다릅니다.
한국은 자녀의 취미 활동보다는 학업 성취와 입시 중심의 사교육에 훨씬 많은 비용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초·중·고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약 41만 원, 연간으로는 500만 원 이상에 이릅니다.
특히 고소득층의 경우, 연간 1,000만 원 이상을 투자하는 가정도 많습니다.
주요 과목은 영어, 수학, 과학, 논술, 코딩, 면접 등 입시와 직결되는 영역이 많습니다.
영국은 악기, 체육, 연극, 스카우트 등 전인교육에 가까운 활동에 집중한다면, 한국은 결과 중심의 경쟁 교육으로 되어 있는 경향이 강합니다.
하지만 그 본질은 똑같습니다.
한국 부모들도 "남들 다 하니까"라는 이유로 불안감 속에서 지출을 감내하고 있고, 아이들이 중도에 지치거나 흥미를 잃어도 멈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한국과 영국 모두에서 부모와 아이 모두 지치고, 재정적으로 위축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많은 부모가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무리하게 지출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이의 행복은 꼭 고가의 활동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안정된 가정 환경과 부모의 정서적 여유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합니다. 영국의 재정 교육 전문가 루이자 윌콕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이들은 5개의 동아리나 비싼 유니폼이 필요한 게 아니라, 부모의 관심과 여유가 필요해요. 아이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능력’보다,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합니다.” 물론 취미 활동은 아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사회성과 협동심을 길러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가정의 재정적 한계를 넘어서면 오히려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정부나 지역사회에서 제공하는 공공 프로그램, 시청이나 학교 기반 동아리, 저소득 가정 지원 제도도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결론 좋은 교육은 “얼마나 많이 시켰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함께했느냐”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비싸고 화려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자녀와의 대화, 놀이 시간, 그리고 균형 잡힌 선택이 자녀의 진짜 행복과 가능성을 키워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