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재난, 미흡했던 대응: 텍사스 홍수 참사에서 되새겨야 할 교훈
김효헌의 스코틀랜드이야기
[뉴스인] 김효헌 =2025년 7월 초, 미국 텍사스 중부의 Guadalupe 강 유역과 Kerr 카운티 일대는 기록적인 폭우와 급격한 홍수로 큰 참사를 맞았다. 7월 4일 독립기념일 연휴를 앞두고 가족과 아이들이 강가에서 캠핑과 여름 캠프를 즐기던 평화로운 순간, 갑작스러운 폭우가 쏟아지면서 강물이 불어난 속도는 시속 10미터에 달했다. 그 결과 최소 91명이 사망하고, 28명의 어린이들이 희생되었으며, 수십 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에 있다. 이 참사는 자연의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이지 못한 사회적 구조와 기후변화가 함께 만들어 낸 인재(人災)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텍사스 중부는 ‘플래시 플러드 앨리 (급류성 홍수위험 지대)라 불릴 정도로 폭우에 의한 갑작스러운 홍수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다. 과거 1987년에도 비슷한 규모의 홍수로 10명의 청소년이 희생된 바 있는데, 이번 참사는 그때보다 훨씬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 무엇보다 지난 수십 년간 도시와 주택 개발이 강 주변에 무분별하게 확대되면서, 홍수 위험 지역에 더 많은 사람이 노출된 상황이었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인해 강수량이 더욱 집중되고 강도가 세져 폭우와 홍수의 위험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기상청은 나름대로 예보를 내렸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사람들이 자고 있던 새벽 1시가 넘어서야 본격적인 홍수 경고가 내려졌다. 물은 새벽 4시경 ‘인명 피해가 예상되는 재난 수준’으로 상승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45분 만에 8미터 이상 수위가 올라갔다. 너무도 빠른 물살이었다.
캠프 미스틱은 그 중 가장 비극적인 장소로 남게 됐다. 8살에서 15살 사이의 여자아이 750명이 여름을 보내던 곳이었다. 이 캠프는, 한밤중 밀려든 급류에 사실상 유린당했다. 아이들은 창문을 부수고 탈출하거나 지붕 위로 올라가 구조 헬리콥터를 기다려야 했다. 캠프 운영자 딕 이스트랜드는 아이들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었다.
이번 홍수의 경고와 대응 과정을 보면 안타까움이 크다. 주 정부는 7월 초부터 폭풍 예보에 대비해 긴급구조팀을 대기시키고, 보트와 헬리콥터 등 장비를 준비했다. 그러나 강변에서의 야외 활동은 허용했고, 기상청은 ‘산발적 중·강우’를 예보하는 데 그쳤다. 일부에서는 경고가 과도하면 사람들이 실제 재난 발생 시 경고를 무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이번처럼 급작스럽고 폭발적인 홍수 위험이 매우 높았던 상황에서, 보다 강력한 대피 명령과 조기 경고 시스템이 있었다면 인명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사망자 대부분이 발생한 ‘캠프 미스틱’의 비극은 특히 가슴 아프다. 750여 명의 어린 소녀들이 강가 가까운 곳에서 여름 캠프를 즐기던 중, 밤사이 급격히 오른 물에 많은 아이들이 갇혀 목숨을 잃거나 실종되었다. 캠프 운영자는 아이들을 구하려다 자신도 희생되었고, 생존자들은 창문을 깨고 헤엄쳐 탈출하는 등 극한 상황을 겪었다. 캠프 바로 옆에 위치한 위험 지역에 대한 주민 및 방문객 대상 조기 대피 안내와 경고가 부재했던 현실을 돌아봐야 한다.
이번 재난에서 돋보인 것은 구조대원들의 헌신이다. 미 해안경비대와 텍사스 게임 워든 등 구조팀은 수백 명의 사람들을 위험에서 구해냈고, 고립된 주민들에게 의료 지원과 긴급구호를 제공했다. 하지만 실종자가 여전히 많고, 수색 작업 역시 홍수 경보가 해제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은 재난 이후의 복구와 대응 체계 또한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텍사스 홍수 참사는 단순히 자연재해를 넘어, 기후변화가 가속화하는 재난 환경 속에서 사회적·제도적 준비가 얼마나 미흡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기후 위기 시대에 자연재해는 점점 예측 불가능하고 극단적인 양상으로 나타난다. 이에 따라 기상 예보 기술과 경고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주민들의 신속한 대피를 돕는 경보 체계 구축, 위험지역의 무분별한 개발 규제 강화, 대중의 재난 인식 제고가 시급하다.
또한 이번 참사를 계기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가 협력하여 재난 대응 매뉴얼을 재점검하고, 실제 비상 상황에 대비한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강화해야 한다. 생명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비가 오면 강물이 오른다”는 상식에 머물지 말고,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위험을 관리하는 사회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텍사스의 이 비극이 단지 그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와 자연재해에 직면한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홍수 참사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