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출 권력을 존중해주십시오"
이재명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본 국민주권과 권력의 품격
[뉴스인] 박병규 논설위원 = 지난 7월1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을 향해 이렇게 당부했다.
“선출 권력을 존중해 주십시오.”
짧은 말이었지만, 이 발언은 오늘날 한국 민주주의가 마주한 핵심 문제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선출 권력과 임명 권력의 관계, 그 근본을 되묻게 하는 순간이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은 분명히 말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문장은 선출 권력과 임명 권력 사이에 어떤 위계가 존재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가리킨다. 국민이 직접 선택한 권력, 즉 선출 권력은 국민주권의 실체이자 그 구현체다. 임명 권력은 이 선출 권력의 위임을 받아 주어진 영역에서 직무를 수행할 뿐, 결코 국민 위에 설 수 없다.
하지만 현실은 자주 다르다. 고위공직자, 검찰, 관료조직, 국책기관 등 이른바 ‘임명 권력’의 상당수는 선출 권력의 지향과 민심의 요구를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치적 중립을 명분 삼지만 실상은 기득권적 관성 속에서 정권과 거리를 두거나, 때로는 노골적인 저항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모습은 국민주권 질서에 대한 위협이다.
선출 권력은 국민을 대신해 방향을 정하고, 임명 권력은 그 실행을 맡는다. 정당성의 중심은 국민으로부터 직접 위임받은 쪽에 있다. 대통령의 발언은 바로 이 질서를 되살리고자 하는 호소다. 민주주의란 결국 ‘누가 정당한가’의 문제이기 이전에 ‘누구를 대신하는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임명 권력이 언제나 선출 권력의 지시에 무조건 따르라는 말은 아니다. 민주주의는 단순한 명령 체계가 아니다. 임명 권력은 전문성과 제도적 안정성, 법적 절차와 독립성을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 독립성은 '민중으로부터의 독립'이 아니라, '정치권력의 남용으로부터의 독립'이어야 한다. 국민의 뜻과 괴리된 ‘관료의 독립’은 민주주의의 탈선이다.
지금 한국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대통령직선제 37년, 촛불혁명 7년, 이어 빛의 혁명 원년. 이제는 제도적 민주주의를 넘어 민주주의의 문화와 품격이 요구된다. 선출 권력을 존중하라는 대통령의 말은, 권력의 주인을 국민으로 다시 돌려드리겠다는 선언이자, 공직사회 전체에 보내는 헌법적 요청이다.
민주주의는 투표함 앞에서 시작되지만, 그것을 살아 숨 쉬게 하는 건 ‘태도’와 ‘관계의 질’이다. 공직자라면 누구나 자신이 수행하는 직무가 국민의 선택 위에 놓여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권력은 권한이 아니라, 국민의 의지를 구현하는 책임이다.
이제 질문은 남는다.
대통령이 말한 “선출 권력에 대한 존중”은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될 것인가?
그리고 그 존중은 다시, 국민에 대한 어떤 ‘책임의 형태’로 되돌아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