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보아디야에 초대형 예수상 논란

- 김효헌의 스코틀랜드이야기

2025-06-26     김효헌

[뉴스인] 김효헌 =“리우보다 더 높다” – 스페인 보아디야에 초대형 예수상 논란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외곽의 한 조용한 도시가 최근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섰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세계에서 가장 높은 예수상’ 건립 계획 때문이다. 리우데자네이루의 상징인 예수상(30m)보다도 크고, 현재 세계 최고 높이인 폴란드 슈비에보진의 ‘그리스도 왕상’(33m)을 뛰어넘는 37m 높이에 60m 너비로 설계된 이 조형물은 스페인 보아디야 델 몬테(Boadilla del Monte)에 세워질 예정이다.

 

종교적 상징인가, 시대착오적 과시인가?

이 초대형 예수상은 지역 가톨릭 단체인 ‘예수 성심의 신자 시민 협회(Asociación Civil de Devotos del Corazón de Jesús de Boadilla)’가 주도하고 있으며, “인류를 환영하는 포옹”이라는 의미의 팔 벌린 형상으로 설계되었다. 동이 트는 아침, 태양빛을 받아 예수상의 심장이 하강하며 빛나는 특별한 구조도 포함되어 있다.

단체 측은 이를 단순한 종교 조형물이 아니라, ‘분열된 사회를 하나로 모으는 희망의 등대’로 보고 있다. 내부에는 작은 예배당도 들어설 예정이다. 조형은 스페인의 유명 조각가 하비에르 비베르(Javier Viver)가 맡고, 총 1,700만 유로(한화 약 250억 원)의 공공 모금으로 추진된다. 현재까지 약 9만 5천 유로가 모금된 상태다.

주민 반발과 정치적 파장

하지만 모든 이가 이 거대한 계획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보아디야 시의회가 공공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한 것에 대해 지역 주민들과 야당에서는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일부는 시민 공론화 절차 없이 밀어붙였다는 점을 지적하며 주민투표를 요구하고 있다.

스페인 사회당(PSOE) 지역 대표 알레산드라 델 모나코는 ‘보아디야의 높은 집값과 주택 부족 문제를 감안할 때, 귀중한 시유지를 이처럼 종교적인 목적으로 쓰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비판했다. 실제로 해당 지역은 주요 고속도로와 인접해 있어 교통 혼잡 및 환경 훼손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일부 비평가들은 심장이 조형물 내부를 따라 움직이는 방식이 ‘심장이 사타구니 위치에 머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의도치 않은 외관 문제도 우려하고 있다.

종교적 유산,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이 논란은 단순히 조형물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날 스페인 사회가 종교와 공공 공간의 경계, 그리고 종교적 유산이 도시 개발에 어떤 위치를 차지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정말 이 거대한 예수상이 “희망의 등대”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시대착오적 자금 낭비에 불과한가? 그 답은 앞으로 이어질 지역 사회의 논의와 행동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