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흔들리는 보잉의 신뢰, 끝나지 않은 안전 논란
- 김효헌의 스코틀랜드이야기
[뉴스인] 김효헌 =인도에서 발생한 에어 인디아 보잉 787 드림라이너 추락 사고는 단순한 비극을 넘어, 항공 산업 전체에 뼈아픈 질문을 던지고 있다. 블랙박스 회수 전까지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사고 이후 전 세계의 이목은 다시금 보잉(Boeing)이라는 이름에 쏠리고 있다.
기술적 결함이 원인이 아닐 수 있다 해도, 2018년과 2019년, 연속된 737 맥스(MAX) 기종 추락 이후 흔들린 신뢰는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보잉은 당시 설계 결함을 인지하고도 기체를 출고했다는 의혹으로 연방 수사 대상에 올랐다. 에어 인디아 사고는 드림라이너 최초의 상업 운항 중 전손 사고이자, 다시 시작된 보잉의 안전성 논란의 불씨다.
반복되는 글로벌 항공 재난
이 사고 외에도, 최근 6개월 동안 세계 곳곳에서 잇달아 발생한 항공 재난은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엔 너무 잦고 무겁다.
- 2024년 12월 24일, 아제르바이잔 항공의 Embraer 190 항공기가 러시아 대공포에 피격, 카자흐스탄에 추락. 탑승자 67명 중 38명 사망.
- 2024년 12월 29일, 제주항공 보잉 737이 무안공항 착륙 도중 제방에 충돌. 조류 충돌과 조종 실수 가능성 제기. 179명 중 단 두 명 생존.
- 2025년 1월 29일, 워싱턴 D.C. 상공에서 CRJ700 여객기와 블랙호크 헬기 충돌, 양 기체에 타고 있던 67명 전원 사망.
- 2025년 2월 17일,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델타항공 CRJ900이 악천후 속 착륙 시 날개가 부러지고 기체 전복. 전원 생존했으나 21명 부상.
구조적 문제인가, 단순한 사고인가?
이러한 사고들은 각기 원인이 다르지만, 궁극적으로는 운항 안전 체계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한다. 보잉을 비롯한 항공기 제조사들은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닌 조직 내부의 품질 관리, 책임 체계, 감독 기구의 실효성까지 함께 돌아봐야 한다.
더불어, 각국 항공 당국은 이번 기회에 사고 대응 및 조종사 훈련 시스템에 대한 국제적 기준 정비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술은 진화했지만, 인간의 실수와 복잡한 국제 환경은 여전히 항공기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잉이든, 에어버스든, 어느 항공사든 관계없이 지금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신뢰가 아니라 철저한 검증이다. 비행기는 하늘을 나는 기술이자, 사람의 생명을 실어 나르는 책임의 상징이다.
한편, 이번 에어 인디아 사고에서는 단 한 명의 생존자가 나왔는데, 그는 기내 11A 좌석에 앉아 있었던 영국인 승객이었다. 해당 좌석은 비상 탈출구 바로 앞의 벌크헤드 좌석으로, 일반 좌석보다 빠르게 탈출할 수 있는 구조였다. 이처럼 특정 좌석이 생존 확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항공 안전 전문가들 사이에서 오래전부터 지적되어온 사실이다.
결국 이번 사고가 보잉 기체의 구조적 문제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예: 정비, 조종사 오류, 외부 요인 등)에 의한 것인지는 시간이 지나야 명확해질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보잉이라는 기업이 아직도 안전성과 관련된 의심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번 사고는 그런 불신을 다시 한 번 불러일으켰다는 점이다.
보잉이 다시 “If it ain’t Boeing, I ain’t going(보잉이 아니면 타지 않겠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만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더욱 근본적인 변화와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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