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ㆍ김치 물의 태광 이호진 복귀신호탄?
태광그룹, 핵심 계열사 겸직 인사 단행…공정위 제재 기업에 다시 드리운 ‘총수 리스크’
[뉴스인] 조진성 기자 = 횡령·배임 등으로 법적 심판대에 올랐던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두 차례 무혐의 처분을 받은 가운데, 그의 경영 복귀설이 구체화되고 있다.
핵심 계열사 대표직을 한 인물에게 겸직시키며, 내부거래의 상신과 결재가 모두 가능해지는 '셀프 승인 체계'가 현실화된 것이다.
2023년부터 티시스를 이끌어 온 유태호 대표는 올해 3월, 태광산업의 신임 대표이사로 추가 선임됐다. 이로써 두 계열사는 동일 대표 체제를 갖추게 됐고, 이는 사실상 이호진 전 회장의 영향력 복원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두 기업은 과거부터 복잡한 내부거래 구조를 이어왔으며, 대표가 동일 인물일 경우 특정 기업에 불리한 조건으로 거래가 이뤄질 우려가 제기된다. 공정거래법 위반과 배임 가능성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김치·와인 강매’로 드러난 과거, 다시 반복되나
태광그룹은 과거 김치·와인 강매 사건으로 공정위 제재를 받은 전력이 있다. 당시 티시스는 이 전 회장 일가가 운영한 골프장에서 생산된 김치를 계열사에 시장가의 두세 배에 판매했고, 와인 계열사 메르뱅은 수십억 원어치를 ‘강매’하며 논란을 빚었다.
2019년, 공정위는 이 사건을 사익편취로 판단하고 22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룹 총수 이호진, 김기유 당시 경영기획실장, 주요 계열사 19곳을 검찰에 고발했다. 김 전 실장은 이 전 회장과의 밀접한 관계 속에서 거래를 설계하고 실행했던 인물로 지목됐다.
그러나 검찰은 이 전 회장에게 ‘지시·보고 정황이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이후 대법원은 “이 전 회장의 관여 정황이 충분하다”며 패소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고, 검찰은 재수사에 착수했지만 2025년 3월 다시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광복절 특사 이후…“경영 복귀 위한 판 짜기?”
2023년 광복절 특사로 복권된 이호진 전 회장은 곧바로 김기유 전 실장을 해임하고 내부감사를 통해 검찰에 고발했다. 경영 재개에 앞서 리스크를 제거하려는 수순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행동주의 펀드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이 전 회장의 이사회 복귀를 촉구하며 주주총회 소집을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시민사회와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참여연대 등 14개 시민단체는 “검찰이 대법원 유죄 취지를 무시한 채, 경영 복귀 시점에 맞춰 무혐의로 면죄부를 줬다”며 강하게 규탄했다. 이들은 검찰이 사실상 피의자를 ‘변론’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대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셀프결재 논란에 태광 “이해충돌 아냐…합법 내부거래” 해명
태광그룹은 “대표의 의사결정은 이사회를 통해 이뤄지며, 공정거래법상 대규모 내부거래는 공시하고 있다”며 “지분 구조와 거래 유무만으로 이해충돌이라 보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같은 인물이 두 계열사의 거래를 상신하고 동시에 결재하는 구조는, 총수의 ‘그림자 경영’ 우려를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