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일본계 SBI저축은행 ‘상호출자 우회?'에 금융위도 '골머리'
SBI 품은 교보생명, 우군과 적정선에서의 절묘한 거래…금융당국 ‘이해충돌’ 예의주시
[뉴스인] 조진성 기자 = 교보생명이 SBI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일반적인 인수와는 거리가 먼 '이례적 구조'가 금융권의 이목을 끌고 있다. 경영권은 확보하면서 배당 권리는 제한하는 방식, 그리고 거래 상대방이자 대주주인 일본 SBI홀딩스와의 복잡한 관계가 맞물리며, 금융당국도 이 거래를 정밀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지난 4월28일 교보생명은 이사회에서 2026년 10월까지 SBI저축은행의 지분 50%+1주를 인수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거래 금액은 약 9000억 원. 다만 단순한 인수가 아니었다. 교보는 지분 과반을 가져가지만, 배당 수익은 30% 수준까지만 제한적으로 받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 같은 '배당 제한' 조건은 교보가 보험업법상 자산운용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보험사는 대주주 및 그 계열사의 유가증권을 일정 한도 내에서만 보유할 수 있는데, SBI저축은행 지분을 시가 기준으로 전량 인수할 경우, 이 한도를 초과하게 된다. 이에 교보는 법적 제한을 피하면서도 지배력은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했다.
이 배경에는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 계획이 자리 잡고 있다. 현행법상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비상장 자회사 지분을 50% 이상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투자 목적이 아닌, 경영전략 차원의 지분 확보다.
문제는 거래 상대방이다. 매도자인 SBI홀딩스는 단순한 제3자가 아니라, 교보생명의 대주주다. 최근 교보의 재무적 투자자(FI)였던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의 지분 9.05%를 인수한 데 이어, 지분율을 최대 20%까지 끌어올릴 계획도 드러난 상태다. SBI는 과거 신창재 교보 회장과 경영권 갈등을 겪었던 FI와의 대립 구도에서 신 회장의 우군으로 떠오른 인물이다.
즉, 교보생명이 대주주의 자회사를 인수하는 셈이 되면서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됐다. 이례적인 인수 방식이 결국 신 회장과 SBI그룹 기타오 요시타카 회장 간의 ‘신뢰관계’를 전제로 가능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실제로 2007년 국내 생명보험사 최초로 교보에 투자한 SBI는 이후 신 회장 측과의 전략적 연대를 이어오며 이른바 ‘백기사’ 역할을 수행해왔다.
금융당국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단순한 법 위반 여부를 넘어서 교보생명의 건전성에 미칠 영향을 중점적으로 살필 것”이라며, 15% 이상 지분 인수는 자회사 편입 심사 대상임을 상기시켰다. 민감한 구조인 만큼, 심사 과정에서 조건이 추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거래는 신 회장에게는 FI와의 갈등 정리라는 의미가 있고, SBI에게는 저축은행 부문에서의 전략적 엑시트 기회라는 점에서 양측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그러나 구조의 복잡성과 이해당사자 간 얽힌 관계로 인해, 단순한 인수 이상의 정치적·정책적 파장이 뒤따를 전망이다.
교보생명 측은 “저축은행 인수와 SBI의 교보 지분투자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보험업계는 결국 금융위원회의 판단이 승인을 좌우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거래의 이면에 자리한 전략적 연대와 절묘한 법적 설계는, 단순한 기업 인수 이상의 정치경제적 함의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금융 규제 환경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