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물간 홈플러스, 밑빠진 독에 물부은 국민쪽박
[뉴스인] 조진성 기자 = 국민연금이 10년 전 투자한 홈플러스에서 큰 손실을 입을 위험에 처했다. 이에 국민연금은 투자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며 자금 회수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위기의 시작-6000억 투자, 기대와 현실
국민연금은 2015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약 6000억 원을 투자했다. MBK파트너스는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6조 원에 인수했으며,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은 전환상환우선주(RCPS) 형태로 자금을 투입했다.
RCPS는 채권과 주식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투자 방식으로, 일반 지분 투자보다 안정성이 높다고 평가받는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MBK파트너스와 협력해 인수 초기부터 투자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홈플러스의 실적은 지속적으로 악화됐다.
◇누적된 적자, 커져가는 부담
홈플러스는 2021년 이후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타격을 입었고, 소비 트렌드가 온라인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대형마트의 경쟁력이 약화됐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의 법정관리 신청과 신용등급 강등이 이어졌다.
특히 국민연금이 투자한 RCPS는 선순위 채권 변제 후에야 회수 가능하기 때문에, 원리금 지급이 지연되면서 부담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현재까지 미지급된 원리금 규모는 1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남은 선택지는 부동산 매각뿐?
일각에서는 홈플러스가 마지막 카드로 남아있는 부동산 자산을 매각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과거 일부 매장을 정리하며 자금을 확보한 전례가 있지만, 남아있는 점포 중에서도 가치 있는 부동산이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일시적인 경기 침체가 아니라, 근본적인 유통 트렌드 변화가 문제”라며 “결국 남아 있는 부동산 매각 외에는 투자금을 회수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분석했다.
◇국민연금의 과제-투자 리스크 관리
국민연금은 이번 사태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투자 회수 가능성을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홈플러스의 구조적 문제와 유통 시장 변화 속에서 국민연금의 전략이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과거 안정성을 이유로 선택했던 투자 방식이 되레 발목을 잡은 이번 사례는, 향후 공적 자금 운용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더욱 필요함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