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자산신탁, 대규모 영업손실 기록…책준형 신탁사업 리스크 현실화

적자 폭 확대, 부실채권 증가…포트폴리오 개선 나선다

2025-02-27     조진성 기자

[뉴스인] 조진성 기자 = 교보자산신탁이 지난해 부동산신탁 업계에서 가장 큰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동안 공격적으로 추진했던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사업(책준형 신탁사업)의 부실이 현실화되면서 재정 악화가 가속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의 2024년 연간 실적은 영업수익 1218억 원, 영업손실 3120억 원, 순손실 2409억 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수익은 전년 대비 15.9% 증가했으나, 영업손실과 순손실 규모는 각각 731.8%, 716.7% 급증하며 적자 폭이 크게 확대됐다.

책준형 신탁사업의 부실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신탁계정대 관련 대손상각비와 충당부채가 늘어나면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2024년 말 기준 신탁계정대 규모는 7912억 원으로 전년 대비 79.65% 증가했다.

신탁계정대는 신탁사가 사업비 조달을 위해 고유 계정에서 빌려주는 자금으로, 사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경우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사업장이 부실화되면 대손충당금 설정으로 손실이 커질 수 있다.

교보자산신탁은 지난해 신탁계정대 이자로 249억 원을 벌어들였지만, 대손충당금으로 3475억 원을 설정하며 오히려 큰 손해를 봤다. 대손충당금 총액 3476억 원 중 대부분이 신탁계정대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3년 말 기준 회사가 진행 중인 책준형 신탁사업은 충남 아산시 온천동 주상복합 신축사업을 포함해 총 66건이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한도는 3조2160억 원, 실제 집행된 금액은 2조76억 원에 달했으며, 이 중 22개 사업이 책임준공 의무를 이행하지 못해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4년에도 책준형 신탁사업의 부실은 이어졌다. 10월에는 경기 의정부시 생활형 숙박시설 신축사업의 책임준공을 이행하지 못해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고, 부실채권 증가로 인한 추가 손실도 발생했다.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발생한 부실채권만 1119억 원에 달하며, 공시 의무가 없는 금액까지 고려하면 실제 규모는 더 클 가능성이 크다. 회사 측은 매각 및 할인분양을 통해 채권을 회수할 계획이다.

교보자산신탁의 대규모 적자로 인해 모회사인 교보생명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자회사 지원을 위해 1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1780억 원 상당의 신종자본증권 인수를 진행하며 총 2780억 원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이에 따라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는 교보생명의 자회사 재무 지원 부담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올해 교보자산신탁은 부실화된 책준형 신탁사업을 정리하는 데 주력하고, 도시정비 및 리츠(REITs) 사업 확대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