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그룹 신창재 회장이 성북동 자택 가압류를 못푸는 까닭은?

2025-02-14     조진성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출처=교보생명)

[뉴스인] 조진성 기자 = 서울 성북구 성북동 330번지는 대한민국 최고의 부촌으로 손꼽힌다. 이곳은 한때 ‘교보주택단지’로 불리며, 교보생명 창업주인 신용호 회장이 대규모 부지를 소유했던 곳이다.

그 후손들 중에서 현재까지 이곳에 거주하는 유일한 인물이 바로 교보생명의 수장, 신창재 회장이다.

그러나 최근 이 재벌가 저택이 가압류 상태에 놓이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한 기업의 오너가 자신의 자택을 지킬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재벌 회장의 자택, 왜 가압류 됐나?

신창재 회장의 성북동 자택(대사관로 11나길 3X)은 현재 가압류 상태다. 일반적으로 가압류는 채권자가 법적 분쟁을 진행하는 동안 채무자가 자산을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법원이 내리는 조치다. 재벌가의 저택이 가압류에 걸린 이유는 무엇일까?

사건의 핵심은 교보생명의 풋옵션 분쟁에서 비롯됐다. 지난 2012년 교보생명에 투자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이하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신 회장이 풋옵션 행사 요청을 거부하자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에 따라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법원에 신 회장 소유 자택에 대한 가압류 신청을 접수했다. 결국 서울북부지방법원은 2022년 1월 해당 부동산을 가압류하기로 결정했다.

법원은 가압류 결정을 내리면서 ▲투자자들의 풋옵션 행사가 유효하다는 점 ▲신 회장이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 ▲투자자들이 향후 중재를 통해 풋옵션 대금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따라 채권 청구 금액은 50억 원으로 설정되었으며, 신 회장의 자택은 3년 넘게 가압류 상태로 남아 있다. 현지 부동산 전문가들은 해당 저택의 가치를 약 70억~80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어, 채권자의 주장대로라면 상당한 재산이 묶인 셈이다.

◇교보생명 오너 vs 투자자, 끝나지 않는 갈등

이번 가압류를 주도한 채권자들은 모두 4개 기관이다. 먼저, 가디언홀딩스리미티드는 어피너티 컨소시엄이 교보생명의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하기 위해 2012년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로, 교보생명 지분 9.05%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5.23%), IMM프라이빗에쿼티(5.23%), 싱가포르투자청이 각각 설립한 SPC들이 포함되며, 이들은 교보생명 지분 24.01%를 확보하고 있다. 2012년 당시 이들이 투자한 금액만 1조2054억 원에 달한다.

문제는 신 회장이 이들의 풋옵션 행사 요구를 거부하면서 불거졌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자신들의 투자금 회수를 위해 적극적인 법적 조치를 취했고, 신 회장의 자택 가압류는 그 압박 수단 중 하나가 됐다. 반면, 교보생명 측은 투자자들이 신 회장을 상대로 지나치게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재벌 회장의 몰락? 신 회장의 선택은

교보생명의 수장으로서 굳건한 입지를 다져온 신창재 회장이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의 오너로서 투자자와의 계약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경영자로서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반면, 신 회장 입장에서는 사모펀드 투자자들이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경영권을 흔들고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신 회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향후 2차 중재 결과에 따라 신 회장이 풋옵션 대금을 지급해야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가압류 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신 회장의 재정적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게다가 교보생명이 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법적 분쟁은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교보생명의 미래, 신 회장의 대응에 달렸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재벌 회장의 개인 재산 문제가 아니다. 국내 주요 생명보험사 중 하나인 교보생명의 경영 안정성, 투자자 신뢰, 기업 지배구조 문제까지 얽혀 있는 복합적인 사안이다. 신 회장이 법적 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하지 않는다면, 교보생명의 기업 가치는 물론이고, 그의 개인적인 신뢰도까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과연 신창재 회장은 투자자들과의 갈등을 풀고 가압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아니면 계속되는 법적 공방 속에서 기업과 개인 모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인가? 재벌 총수도 예외 없이 법과 계약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시대, 신 회장의 선택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