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신창재 회장, 어펄마 건드렸다 타이타닉호 신세 전락

2025-02-13     조진성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출처=교보생명)

[뉴스인] 조진성 기자 = 교보생명이 오랜 법적 분쟁의 걸림돌이었던 어펄마캐피탈(이하 어펄마)과의 갈등을 해소하며 지주사 전환을 향한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는 보험업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결정적 한 수로 평가된다.

◇어펄마와의 분쟁 마무리…반값 거래 성사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지난 7일 어펄마 측과 협상을 마무리하고, 교보생명 지분 5.33%를 되사기로 합의했다. 거래가는 주당 19만8000원으로, 이는 어펄마의 기존 매입가보다 약 7% 높은 수준이지만, 과거 풋옵션 행사 당시 요구했던 39만7000원의 절반 수준이다.

어펄마는 2018년 어피니티컨소시엄(어피니티·IMM프라이빗에쿼티·EQT파트너스·싱가포르투자청)이 행사한 풋옵션(주당 41만원)에 맞춰 39만7900원에 풋옵션을 행사했으나, 신 회장이 이를 거부하면서 국제중재 절차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로 어펄마는 2차 중재를 철회할 예정이며, 이에 따라 신 회장은 7년간 이어진 분쟁을 마침내 정리하게 됐다.

◇남은 과제, 어피니티와의 협상

어펄마와의 문제는 일단락되었지만, 핵심 지분을 보유한 어피니티와의 갈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어피니티는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했던 교보생명 지분 24%를 인수했으며, 2019년 3월 ICC에 풋옵션 관련 국제중재를 신청했다. 이에 대해 ICC는 신 회장에게 공정시장가치(FMV) 평가를 지시했고, 현재 EY한영이 가치 산정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신 회장이 어펄마와의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만큼 어피니티와의 협상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만, 지분 인수를 위해 필요한 자금 규모가 1조~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신 회장이 이를 어떻게 마련할지가 최대 관건이다.

◇풋옵션 리스크 해소 후 지주사 전환 가속화

분쟁 해결이 가시화되면서 교보생명의 숙원 사업이었던 지주사 전환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생명보험 중심의 기존 사업 구조를 탈피하고 종합 금융그룹으로 거듭나기 위해, 교보생명은 인적 분할을 통해 금융지주사를 신설하고, 기존 주주들에게 신설 법인의 주식을 배분하는 방식을 고려 중이다.

지주사 체제가 확립되면 교보생명은 M&A 시장에서도 더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MG손해보험,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악사손해보험 등 다양한 손보사 인수 가능성을 검토해 온 만큼, 향후 인수를 통해 보험업계를 넘어 대형 금융사로 도약할 가능성이 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풋옵션 리스크가 해결되면서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이 급진전될 것"이라며 "특히 손해보험사 인수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