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9 북러 정상회담'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2024-06-21     차윤호 논설위원

[뉴스인] 차윤호 논설위원 = 북한과 러시아 정상회담 소식은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북러는 서방의 경고에도 보란 듯이 군사 밀착 행보를 보여 국제사회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북러는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특별군사작전) 이후 전략적으로 양국 관계를 밀착 발전시키고 있다. 러-우 전쟁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지지부진한 양측의 소모전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연방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초대로 6월 19일 당일치기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국빈 방문했다.

러-우 전쟁으로 곤경에 빠져있는 러시아와 핵무기 개발로 유엔안보리 위반, 서방세계의 제재로 인해 국가 존립이 불안정한 북한은 동변상련의 마음으로 자국의 어려움을 타파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6.19 북러 정상회담’을 택했다. 북러 정상회담의 의미와 우려는 우리에게 큰 변곡점을 주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금년 5월 5연임 취임 후 올해만 중국, 벨라루스, 우즈베키스탄에 이어 네 번째로 북한을 공식방문했다.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은 지난 2000년에 러시아 대통령으로서 처음 북한을 방문한 이후 24년 만에 재방문이다. 푸틴 대통령과 김 국무위원장의 만남은 지난 2000년 평양에서, 2019년 4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2023년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회담 후 이번이 네 번째 정상회담이다. 미국과 나토(NATO)에 공동으로 대항하고자 작년 김정은 방러 후 9개월 만에 양국 지도자는 평양에서 다시 만났다. 

‘러시아의 북러 밀착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필요성과 향후 동북아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항하기 위한 사전 포석’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은 러-우 전쟁의 전황을 바꿀 수 있는 매우 큰 변수로 러시아가 미국과 나토(NATO)에 대해 동시에 종전 시그널을 보냄’ 

정상회담 후 푸틴 대통령과 김 국무위원장은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에 서명했다. 북러 6.19 협정을 보면 양국은 동맹 관계는 아니지만 본 협정은 냉전 시대인 1961년 북러간 체결된 ‘조·소 우호조약’의 기본정신을 계승했다는 점에서 우려가 깊다. 러시아의 북러 밀착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의 필요성과 향후 동북아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항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다. 또한 러시아가 한반도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군사 개입할 근거가 마련됨으로써 한반도 안보 지형에 큰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북러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양국 간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 범위는 경제·문화·관광·교육·의료 그리고 군사 분야 협력의 가능성까지 열어놓았다. 특히, 주목할 만한 내용은 우리가 우려했던 유사시 동맹 수준의 ‘자동 군사개입’ 조항까지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동반자 협정의 최고 수위인 ▲협정 당사국 중 일방에 대한 침략이 발생할 경우 ‘상호지원’을 제공한다 ▲군사기술 분야에서의 협력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대목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상호지원과 관련해 협정서 조약의 전문을 살펴보면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조약 전문에 따르면 제4조는 쌍방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 로씨야련방(러시아)의 법에 준하여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서 한가지 짚어야 할 사실은 “조약 제4조의 요건은 유사시 자동 개입이 아니고 ‘상호지원’을 위해서는 먼저 자국의 헌법(러시아연방 헌법 제102조 1항-4, 제106조 4항)에 기초한 법률적 ‘필요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목이 완충장치의 역할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즉, 러시아는 한러 관계를 고려해 러-우 전쟁과 국제정세의 상황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상기 조약 4조에 대한 출구와 퇴로를 열어두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잘 인식해서 대처해야 한다. 

참고로 유엔헌장 51조는 “이 헌장의 어떠한 규정도 국제연합 회원국에 대해 무력 공격이 발생한 경우, 안보리가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취할 때까지 개별적 또는 집단적 자위의 고유한 권리를 침해하지 아니한다”라며 ‘개별 자위권’과 ‘집단 자위권'을 고유한 권리로 인정하고 있다. 

“유사시 자동 개입이 아니라 군사개입을 위해서는 먼저 자국의 헌법적 필요조건 충족이 필요”

“우크라이나 전황이 어떻게 되는가에 따라 군사동맹까지는 유동적...”

푸틴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정밀 시스템과 F-16 전투기를 포함한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고 밝히고 서방에 여러 차례 경고도 했고, 큰 우려를 표명하면서 그들은 러시아 영토에 대한 공격에 사용될 수 있다 그래서 북한과 이러한 협정을 방어적인 측면에서 체결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북러 정상회담은 북러 관계 새틀짜기의 전략적 의미도 크다. 양측의 위험한 군사협력은 한반도와 동북아 역내는 물론 세계 안보 질서를 위협하는 중대한 요인이다. 국제적으로 제재와 고립 속에 있는 처지인 북러가 강력한 협력을 과시하고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를 맺는 형식으로 힘을 키우고 있다. 

이번 협정은 양국 간에 다양한 분야가 포함되며 양국 지도자 간 비공식 대화에서는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사항을 논의 했다고 알려진다. 이것은 군사협력과 무기 지원을 의미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민감한 시기에 무기 지원과 군사용 첨단 기술에 대해서는 비공개로 향후 일어날 상황과 추가 논의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한국이 북러 조약 제4조를 감정적으로 해석하여 우크라이나 전선에 살상 무기를 제공하면,  한러 관계 파탄으로 수교 이전으로 갈수도...현 상황에서 ‘강대강’ 조치는 바람직하지 않아

러시아와 소통 관계를 유지하면서 상황을 파악하고 러시아의 후속 조치를 지켜보면서 행동해야...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황을 바꿀 수 있는 매우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방문이라는 점을 러시아와 북한이 미국과 서방세계에 대해 동시에 시그널을 줬다고 볼 수 있다. 러시아는 북러 관계가 포괄적인 전략동반자 관계까지는 가겠지만 향후 우크라이나 전황이 어떻게 되는가에 따라 군사동맹까지도 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미국과 서방세계에 알린 것이 6.19 북러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로 보인다.

이제 한국은 북한의 현실적 위협에 큰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앞으로 한반도 주변 공해 수역과 러시아 극동 인근에서 한·미·일이 어떤 잠재적 위협을 가할 경우 북러의 대응으로 갈등이 예상된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이번 사태를 예견은 했는지 묻고 싶다. 미국의 핵우산 강화를 목표로 한미가 핵협의그룹(NCG)을 가동 중이지만 우리 국민이 느끼는 대미 신뢰는 아직 약하다. 

우리도 러-우 전쟁으로 촉발된 미국과 러시아·중국의 패권 경쟁 속에 이제는 유연성과 입체적 사고를 키워 ‘한국형 외교’도 진지하게 고려해볼 때다. 정부는 북러 조약 제4조를 잘 해석하여 국제정세 변화에 잘 대응해서 움직여야 한다. 만약 상황 파악을 곡해하여 우크라이나 전선에 살상 무기를 제공하거나 섣불리 움직이면 한러 관계가 수교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먼저, 러시아와 소통 관계를 유지하면서 상황을 파악하고 러시아의 후속 조치를 지켜보면서 행동해도 늦지 않다.

국익 우선의 배짱과 균형감을 가지고 새로운 전략으로 외교력과 군사력을 강화해 국가안보를 최우선에 두고 대북 문제 및 복잡한 국제관계와 동북아 정세를 잘 읽는 혜안 있는 정부를 기대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결되면 그때도 러시아는 지금처럼 김정은이 필요할까? 

차윤호 논설위원.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교수 / 러시아연방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