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우유 낙타 밀크 마셔 보셨나요?’ WSJ

2009-07-24     노창현(특파원)
【뉴욕=뉴시스】노창현(특파원) 기자 = 머잖아 미국 소비자들도 낙타 밀크를 마실 수 있을 전망이다. 사막의 우유 ‘낙타유(駱駝乳)’가 미국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A섹션 1면과 12면에 “중동 지역에서 일반화된 낙타유가 미국 상륙을 앞두고 있다면서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는대로 시판될 예정”이라고 보도해 관심을 끌었다.

낙타유는 우유(牛乳)보다 비타민 C가 3배나 많고 철분과 불포화 지방산, 비타민 B도 풍부하다. 또한 당뇨병과 자폐증 개선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스캐롤라이나 랠리에 거주하는 밀리 힝클씨(57)는 낙타유를 시판하기 위해 가진 돈을 다 털어 ‘캐멀밀크 USA'를 차렸다. 힝클씨는 1990년 남편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여행 중에 처음 낙타유를 마셨다. 처음 마실 때만 해도 짭짤한 낙타유가 호두를 곁들이면 환상적인 맛이라는 것을 몰랐다.

이제 낙타유 없이는 살지 못한다고 말하는 그녀는 아직 넘어야 할 ‘낙타봉’ 같은 장애물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미국에 낙타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이 낙타들은 서커스단 아니면 동물원에 있기 때문에 젖을 짜내기가 힘들다.

두 번째 문제는 낙타가 젖을 짜내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다. 특히 낙타는 간지럼을 잘 타기 때문에 젖 받는 도중에 주저앉을 수도 있다. 게다가 낙타는 심술이 많다. 가끔 성질을 부리기 때문에 다칠 위험성이 많다.

중동부터 아프리카로 걸어다니는 여행자들은 몇 세기 전부터 낙타유를 마셨다. 노인 남성은 생식 능력을 향상시키려고 마셨고, 허약한 사람은 보신을 위해 마셨다.

힝클씨는 낙타유 공급을 위해 중동에 있는 낙타유 제조회사를 공급원으로 삼았다. 소의 젖을 받을 때는 기계 장치로 하지만 낙타 젖은 대부분 손으로 짜낸다.

두바이와 인도 등지에서는 판매 증진을 위해 낙타유에 초콜릿, 사포란, 대추 등을 넣고 ‘캐멀(Camel)’과 ‘딜리셔스(Delicious)’를 합친 ‘캐멀리셔스’라는 브랜드를 출시했다.

캐멀리셔스 공장은 2006년에 세웠는데 지금은 젖을 기계로 받고, 낙타 훈련도 시켰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사람들은 동물 훈련시키는 게 쉽지 않을 거라고 콧방귀를 뀌었다.

하지만 캐멀리셔스 공장의 매니저인 피터 네기씨 부부는 해결책을 마련했다. 네기씨는 “우리가 어떻게 해냈는지 모르겠어요. 우리 아내가 훈련에 재능이 있나 봐요. 감각이 좋아서 동물이 어떤 기분인지 알겠더라구요”하고 말했다.

현재 캐멀리셔스 공장은 1500마리의 낙타를 보유하고 있으며, 하루 낙타 1마리 당 2갤런의 젖을 만들고 있다.

2006년 UN 보고서에 따르면 낙타유는 중동 경제에도 아주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며 100억 달러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힝클씨는 낙타유 산업이 많은 사람들을 돕고 치료도 할 수 있을것으로 생각한다. 그녀는 “내 힘이 닿을 수 있는 곳이라면 무조건 도와주고 싶다”며 “바로 낙타유가 그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어릴 적 꿈이 의사였지만 잔디 농약에 중독된 경험을 한 후, 전공을 자연 의학으로 바꿨다. 20년 전에는 ‘자연건강 자원센터(NHRC)’를 오픈하기도 했다.

요즘 그녀는 낙타유를 약으로 원하는 이들의 신청을 받고 있다. 미네소타주에서 전화를 걸어오는 고객 중에 소말리아 출신 아브리디작 모하무드씨가 있다. 그는 “최소한 7만 명의 소말리아 고객들이 낙타유를 기다리고 있다”며 가능한 빠른 배달을 부탁했다.

낙타유를 접한 것은 오래 됐지만 비즈니스로 연결할 생각은 3년 전 건강 잡지에 나온 낙타유 기사를 읽은 것이 계기가 됐다. 행클씨는 FDA에 낙타유를 우유 종류에 포함해 줄 것을 제안했다. 결국 FDA는 낙타유를 임시승인했고, 그와 함께 순록, 라마, 사슴, 당나귀 등의 젖도 포함시켰다.

FDA의 정식 승인을 위해선 낙타유 샘플을 갔다 줘야 한다. 힝클씨는 동물 사육자인 래리 세벨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래리 세벨씨의 농장에는 공작과 새끼 고양이, 불독, 얼룩말, 낙타들이 있다.

낙타 40마리 중 한 마리가 최근 새끼를 낳았는데 낙타는 새끼가 옆에 있으면 젖을 짜기가 쉽기 때문에 아주 좋은 기회였다.

새끼 낙타가 어미 젖을 빠는 동안 시벨씨는 침착하게 다가가 “잘 하고 있어”라고 토닥토닥 만졌다. 그 후에는 어미 낙타로부터 쉽게 젖을 짤 수 있었다. 활짝 웃으며 “미션 성공!”을 외치는 행클 씨는 너도나도 낙타유를 마시는 미래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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